“마음 속에 독기밖에 없었다”.
‘대투수’ 양현종(32.KIA)은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일본과 결승전에 선발등판했으나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아픔이 있다. 당시 양현종은 3점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으나 2회 야마다 데쓰토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고, 한국은 3-5로 패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KIA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양현종은 일본전 패배의 아픔을 잊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설욕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양현종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먼저 뽑혀야 한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독기를 갖고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고 설욕 의지를 보였다.
이어 양현종은 “프리미어12에서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선수들은 정말 잘 뭉쳤다. 다시 한 번 이 선수들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당시 대회를 마친 후 선후배들과 헤어지면서도 마음 속에 독기밖에 없었다. 만약 다시 대표팀에 뽑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면 작년 기억을 되살릴 것이다. 더 독기 있게, 강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양현종이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에 설욕한다면 시즌 후 거취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시즌 뒤 다시 FA 자격을 얻는 양현종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무조건 미국 메이저리그만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 일본행도 시야에 넣고 있다.
양현종은 “미국과 일본, 양 쪽 다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더 큰 무대인 미국 야구를 접해보고 싶지만 어디가 됐든 (해외 진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를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4년 전에 양현종은 일본에 갈 뻔 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2년 총액 6억엔의 특급 대우를 제시했다. 양현종이 결정만 하면 입단이 확실했다. 일본에선 수년째 양현종을 주시하고 있고, 도쿄올림픽 무대가 몸값을 더 끌어올릴 일종의 쇼케이스 무대가 될 수 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 이후 한국인 야구 선수들은 일본보다 미국을 선호했다.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황재균 등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고, 올해는 김광현이 첫 시즌을 앞두고 있다.
가장 최근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는 2013년 시즌 후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이 마지막이다. 일본에서 뛴 마지막 한국인 선수는 2016년 이대은과 하재훈. 4년째 일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가 없다. 양현종이 내년에 한동안 끊긴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