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35)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턱수염만 여전했다. 수염 빼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트레이드 요청 파문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쉰 이용규는 지난해 9월 구단 징계(참가활동 정지)가 해제돼 팀에 복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투표로 ‘주장’으로 뽑혔다. 새로운 각오를 담아 배번은 고등학교 딴 ‘19번’을 선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육성군, 마무리캠프, 교육리그에 참가한 그는 미국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에서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하며 활기찬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비시즌 성실한 개인 훈련으로 체중도 많이 줄여 얼굴 턱선부터 달라 보였다. 무엇보다 주장으로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것이 몸에 배여 있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메사의 레드마운틴 베이스볼 콤플렉스. 이용규는 캠프 절반 가량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자 “팀 전체적으로 캠프 중반으로 가다 보면 부상자도 나오기도 한다. 다행이 큰 부상자 없이 잔부상이 조금씩 나와서 선수들에게 몸 관리에 신경 써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다치면 선수도, 팀도 손해라서 끝까지 다같이 부상 없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팀 전체를 말했다.
주장을 맡아 바쁘겠다고 하자 “주장으로서 전달사항, 신경 쓸 사항을 이야기하고 감독 님과 코치님들이 잘 수렴해줘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용규는 솔직히 선수단 투표로 자신이 주장으로 뽑힌 결과에 의아했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러나 지난해 구단과 선수들에 대한 빚이 있는데, 좋은 쪽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주장 소감을 말했다. 이어 “주장을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오래 뛴 선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선수단 투표로 뽑아 준 것이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칭스태프, 프런트, 어린 후배 선수들은 이용규를 향한 칭찬이 자자했다.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아 표를 많이 받은 거냐’고 묻자, 이용규는 “내가 살갑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 잔소리를 많이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예의나 도에 지나친 행동만 주의주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하는 훈련, 경기에서 진지하게 악착같이 하는 모습을 좋게 봐 준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쉽게 다가와 말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다"며 "지난해 교육리그,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새로 마음 먹은 것도 있고, 반신반의하는 것도 사라지고, 내가 바뀌니까 좋은 점이 많아졌다"고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용규는 주장을 맡으면서 생각하는 그림이 있다. 그는 "야구장에서는 어린 후배나, 베테랑도 첫째가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야구에 대한 욕심을 갖고 진지했으면 좋겠다.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선후배라도 바깥에서는 터울없이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 팀이 계속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야구장 안에서는 활기차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안 좋았던 시기에는 팬들의 비난과 미디어의 질타를 많이 받았다. 그는 "(언론 보도에)약간 서운하기는 했지만, 다 내 잘못이었다. 선수로서, 공인으로서 잘못했기에 감수해야 했다. 앞으로 솔선수범하고, 열심히 뛰면서 잘 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책임감도 느낀다"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정도 해야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이용규는 "타율은 3할은 당연히 해야 한다. 도루도 30개를 이야기했는데, 못해도 20개는 하고 팀에 더 도움이 되려면 30개 이상도 할 기회가 되면 해야 한다. 나는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것이 아직 힘들지 않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것이다. 팬들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팀이 이기는 것이 목표다"라고 각오를 보였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