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원 "전역 후 예상 못 한 공백..'미스터트롯'에 다 걸었죠" [인터뷰②]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2.23 13: 57

(인터뷰①에 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햇수로만 20년을 넘겼다. 26년 인생 대부분을 트로트에 쏟아부었다. 
일찍이 재능을 찾아 시작한 만큼, 탄탄대로만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꽃길은 멀고 멀었다. 일본에서의 화려한 데뷔를 꿈꿨지만, 그가 노래할 수 있는 곳은 가라오케와 지하철 역 뿐이었다.
더욱 단단해졌고 간절해졌다. 쉬이 얻은 기회가 아니었기에, 모든 걸 거는 심정으로 임했다. TV CHOSUN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양지원의 이야기다. 

이하 양지원과 일문일답.
Q. 어린 나이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제가 노래를 못 부르면 아팠다고 하시더라. 항상 '너 뭐 될 거야?' 물어보면 가수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소리가 굉장히 크고, 노래에 대한 열정이 많았다. 유치원에서 학예회를 할 때도 항상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Q. 최근까지 고깃집,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다. 의도치 않았던 공백기를 견디기 쉽지 않았을 텐데.
소속사가 군 복무 중 파산했다. 할 일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고, 마음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아는 분이 하시는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1년 정도는 마트 캐셔로 일했다. 
많이 배웠던 시기다. 행복했다. 가수 양지원이 아닌 인간 양지원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배우는 게 많았다. 단단해진 계기가 됐다. 
Q. '미스터트롯'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특히 첫 무대 '미스 고' 때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더라.
모든 걸 걸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끝나고 보니까 내가 너무 긴장한 게 마이너스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대중이 어떻게 바라봐주실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또 한솥밥을 먹었던 장윤정 누나, 현빈이 형이 멘토로 나와계시니까 무대 할 때 앞을 못 쳐다보겠더라. 첫 무대 전 생수 한 병을 다 먹고, 다른 참가자의 물까지 얻어 마셨다. 정말 부담감이 많은 무대였다.
Q. '미스터트롯' 출연 이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팬들의 응원이 뜨겁던데.
팬분들이 투표를 열심히 해주셔서, 서대문에 전광판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오늘도 전광판에 쓸 사진을 찍으러 간다. 도도한 표정으로 찍은 프로필이 많은데, 많이 웃으며 촬영에 임하려고 한다.
Q. 향후 계획은?
당장 3월 28일 인천계양문화회관에서 콘서트 겸 팬클럽 창단식이 있다. 공연명은 '양지원의 선물'이다. 제가 팬분들께 공식적으로 드리는 선물이라는 의미다. 고퀄리티의 음향과 연출을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아이돌 팀만 전문으로 하는 스태프도 붙었다. 양지원만이 보일 수 있는 무기가 뭘까 고민하고 있다. 제가 불러온 노래,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팬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Q.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진심과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 정통 트로트 안에는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는데, 아무나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벽 같은 장르다. 연습할 부분도 많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통 트로트가 마니아분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듣는 분들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빠져서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롤모델이 있다면?
나훈아 선생님과 장사익 선생님이다. 두 분은 대한민국 국보급 가수고, 아직 콘서트를 하고 계시지 않나. 그분들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장해서, 계속 콘서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미래의 양지원은 어떤 가수가 돼 있을까.
20년 후에는 제작을 해보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듀싱을 도맡아서 잘 됐을 때 희열감과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다. '양지원 곡을 받아보고 싶다' 같은 소리를 들어 보는 게 꿈이다. 지금의 가수 활동은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저는 '음악인'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음악인이 되고 싶다.
Q. 원하는 수식어가 있다면?
없으면 안 되는 물 같은 존재가 되겠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꼭 필요한 보컬리스트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겠다. 또 좋은 목소리를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제 발랄한 모습을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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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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