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왕’ 하재훈의 변함없는 초심, “한 경기에만 집중…커브 연마” [오!쎈 애리조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3.03 05: 42

 SK 투수 하재훈(30)의 야구 인생은 극적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다.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 KBO리그로 돌아온 그는 타자에서 투수로 본격적으로 변신, 방망이를 놓고 공을 던졌다.
투수 첫 해, KBO리그 데뷔 첫 해에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 개막 전에는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기대했는데, 4월말부터 얼떨결에 마무리 보직까지 맡게 됐다. 올 시즌 61경기에 출장해 5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초보 마무리가 타이틀까지 따냈다.  

SK 하재훈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하재훈은 1년 전 첫 스프링캠프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해 3월초,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하재훈은 투수로서 첫 시즌을 앞두고 “직구는 자신있다. 변화구 제구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투산에 위치한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하재훈은 “직구는 다 돼 있는 거고, 변화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이 달려 있다. 변화구를 원하는 대로 던진다면,  올해도 잘 될 거 같다”며 “커브 하나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슬라이더까지) 2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섞어 던진 커브를 계속해서 연마 중이다. 
지난해 기대를 뛰어넘는 마무리 성적을 언급하자, 그는 옆에 앉아 있던 김태훈(30)을 가리키며 “태훈이가 나보고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동기인 김태훈은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어줬다”고 마주보며 웃었다. 김태훈이 마무리로 몇 차례 실패하자, 보직이 바뀐 것. 
하재훈은 “(성적은) 좋았지만, 긴 시즌이었고 힘들었다. 힘든 점도 많았고, 버텨야 할 것도 많았다”며 “올해는 체감상 시즌이 빠르게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 빨리 지나가려면 잘해야 하는데, 아프지만 않으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 첫 해 풀타임을 치르기에 앞서, 신인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하기에 스프링캠프 때부터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한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가 더 중요하다. 작년의 피로도가 몇 개월 사이에 풀리지 않을 거다. 그걸 감안해서 여유있게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를 묻자, “1경기 1경기 잘 던지는 것이다. 딱히 숫자적으로 목표는 없다. 매 경기만 생각하고 던진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마무리를 맡아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도 그는 “세이브 숫자 같은 것은 생각 안 한다. 등판하는 한 경기만 집중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이브 타이틀 만큼 의미있는 기록도 있다. 마무리를 맡은 뒤로는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다. 그는 “초반 중간 투수로 나가서 세이브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해 블론세이브가 1번 있고, 마무리 할 때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한 경기, 한 경기만 신경썼기에 (노 블론)그게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운드에 오르는 ‘한 경기’만 집중한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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