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수 하재훈(30)의 야구 인생은 극적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다. 미국, 일본을 거쳐 한국 KBO리그로 돌아온 그는 타자에서 투수로 본격적으로 변신, 방망이를 놓고 공을 던졌다.
투수 첫 해, KBO리그 데뷔 첫 해에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해 개막 전에는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기대했는데, 4월말부터 얼떨결에 마무리 보직까지 맡게 됐다. 올 시즌 61경기에 출장해 5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초보 마무리가 타이틀까지 따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하재훈은 1년 전 첫 스프링캠프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해 3월초,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하재훈은 투수로서 첫 시즌을 앞두고 “직구는 자신있다. 변화구 제구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투산에 위치한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하재훈은 “직구는 다 돼 있는 거고, 변화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이 달려 있다. 변화구를 원하는 대로 던진다면, 올해도 잘 될 거 같다”며 “커브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슬라이더까지) 2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섞어 던진 커브 제구를 계속해서 연마 중이다. 2일(한국시간) NC와 연습경기에서 1이닝을 던지며 뚝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2개를 잡아냈다.

지난해 기대를 뛰어넘는 마무리 성적을 언급하자, 그는 옆에 앉아 있던 김태훈(30)을 가리키며 “태훈이가 나보고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동기인 김태훈은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어줬다”고 마주보며 웃었다. 김태훈이 마무리로 몇 차례 실패하자, 보직이 바뀐 것.
하재훈은 “(성적은) 좋았지만, 긴 시즌이었고 힘들었다. 힘든 점도 많았고, 버텨야 할 것도 많았다”며 “올해는 체감상 시즌이 빠르게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 빨리 지나가려면 잘해야 하는데, 아프지만 않으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 첫 해 풀타임을 치르기에 앞서, 신인으로서 뭔가 보여줘야 하기에 스프링캠프 때부터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한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올해가 더 중요하다. 작년의 피로도가 몇 개월 사이에 풀리지 않을 거다. 그걸 감안해서 여유있게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를 묻자, “1경기 1경기 잘 던지는 것이다. 딱히 숫자적으로 목표는 없다. 매 경기만 생각하고 던진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마무리를 맡아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도 그는 “세이브 숫자 같은 것은 생각 안 한다. 등판하는 한 경기만 집중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이브 타이틀 만큼 의미있는 기록도 있다. 마무리를 맡은 뒤로는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다. 그는 “초반 중간 투수로 나가서 세이브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해 블론세이브가 1번 있고, 마무리 할 때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한 경기, 한 경기만 신경썼기에 (노 블론)그게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운드에 오르는 ‘한 경기’만 집중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