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드래곤’ 이청용(32, 울산)이 공식적으로 울산맨이 됐다.
울산 현대는 지난 3일 이청용과 공식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울산은 국내최고대우를 하면서 이청용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청용은 4일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의 심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에도 불구 기자회견장에 백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려 이청용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다음은 이청용과 일문일답.

- 울산 입단소감은?
제가 11년 만에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돼 굉장히 기쁘다. 기회를 주신 울산 현대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 FC서울에 대한 애정이 클텐데? 서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서울은 내가 애정하는 팀 중 하나다.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프로선수로서 축구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곳이다. 감사한 클럽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울산을 오게되어 기쁘다. 울산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그것만 생각하고 울산으로 오게 되었다.
- 서울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번 시즌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서울도 굉장히 사랑하는 팀이다. 좋은 성적 있었으면 좋겠다.
- 시즌 도중 이적을 결정한 이유는? 유럽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나?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 유럽축구에 대해 더이상 미련이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고려했다. 울산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여름보다 시즌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국내에 들어오고 싶었다.
- 울산을 선택한 이유는?
울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6년 전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경기를 못 나갈 때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셨다. 당시에는 유럽축구에 미련이 남아 국내복귀를 고려하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 당시의 고마움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 고명진 등 전 서울의 동료가 영향을 미쳤나?
좋은 훈련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팀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변의 동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힘들다.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 다르다. 팀에 대한 애정이 다들 다르다.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마음의 결정을 한 뒤에 물어봤다.
고명진이 팀 분위기가 좋고 환경과 기량이 좋아 나까지 간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명진이도 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했다. 궁금한 점은 대답해줬다.
- 울산의 우승이 2005년이 마지막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했다. 본인도 우승이 간절한데?
울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우승을 하고 싶어서였다. 한 경기도 안 치른 상황에서 우승을 논하기는 이르다. 우승보다는 한 경기 매주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겠다.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원래 17번을 달려고 했다는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왔다.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무거운 번호를 달게 됐다. 새로운 번호를 달고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 유럽에 미련이 없다고 느낀 이유는?
제 능력에 한해서는 최대한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 나이가 먹어서 선수생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보다 최고수준에서 경기할 수 있을 때 돌아와서 한다면 볼튼과 월드컵 활약 기억해주시는 팬들에게 경기장 와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국내로 돌아오기로 했다.
- 기성용과 절친인데 기성용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K리그에서 함께 뛰고 싶었을텐데?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 성용이도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먹고 팀을 알아봤는데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가장 아쉬워하고 상처받은 사람은 선수 본인이다. 지금 당장 같이 뛸 수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기성용 같은 한국축구에 특별한 선수가 K리그에서 뛴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유럽에서 11년 간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럽생활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볼튼에 가서 겪은 기분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첫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볼튼에서 워낙 좋은 기억이 있고 선수들과 잘 지냈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굉장히 특별한 팀이다. 팰리스나 보훔도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돌아봤을 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굉장히 행복했다. 제 아내가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
- 이청용을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에게 해줄 말은?
그제 울산에 처음 내려가 선수들을 봤다. 선수와 직원 스태프분들이 너무 기쁘게 반겨주셨다.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지 너무 감사했다. 경기력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 코로나 사태로 개막이 늦춰졌다. 아쉬움은 없나?
무엇보다 모든 국민들이 조심스러운 사태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안전하게 축구팬들이 축구장에 오셔서 경기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다들 힘내시길 바란다.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나길 기대하겠다.
- 동해안 더비에 임하는 각오는?
한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11년전 뛰던 K리그보다 수준이 높아졌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언제 시즌이 시작될지 모르겠지만 독일에서 온지 며칠 안됐다. 컨디션을 정상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컨디션을 만들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 국내복귀 시 가장 큰 고민은?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람들이 기억해주시는 모습은 제 생각보다 기대치가 높다. 부담도 느낄 수 있다. 어느 축구선수나 가져야 할 몫이다. 부담감을 가지면 책임감 있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돌아왔다.
-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했는데 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대표팀은 항상 욕심을 낸다고 해서 가서 뛸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특별한 자리다. 지금까지 주어진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앞으로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 잘 준비해서 간다면 좋은 경기력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유럽진출 꿈꾸는 유망주에게 조언은?
내가 조언을 할만한 대단한 선수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선배들을 보면서 배웠듯 나도 솔선수범해서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을 잊지 않겠다.
- 현재 몸상태와 목표는?
이적과정에서 경기를 못 나간지 한 달 됐다. 특별한 부상은 없다. 운동을 한다면 금방 몸은 올라올 거라 기대한다. 시즌을 하다보면 골과 어시스트 기회 많을 것이다. 최대한 기회를 살려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를 잘하겠다. 특별한 숫자는 스스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정하지 않았다.
- 기성용은 서울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섭섭한 감정을 들었다. 서울과 협상하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나?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국내복귀 시 FC서울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모든 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서로의 입장차이는 있었지만 결과를 존중해줬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앞으로 울산현대에 집중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것이 서울 팬들에게도 보기 좋은 그림이다.
- 서울과 위약금 문제는 해결이 됐나?
위약금에 대해서는 다 말할 수 없다. 추후에 서울하고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울산에 오면서 팬들 앞에서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생각으로 돌아왔다. 그런 마음을 한국최고 구단 서울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 11년 전과 K리그가 어떤 점이 달라졌나?
굉장히 신선했다. 입국 다음 날이라 표정이 안 좋았을 수 있지만 신선했다. 팬들이 사진이나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좋게 봐주셨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입단사진이 됐다. 앞으로 경기력뿐만 아니라 팬들을 최대한 경기장에 많이 불러모아야 한다. 언제든 준비돼 있다.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리그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 7년 전과 비교해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나?
그 때와 저는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마음가짐은 같다. 간절함을 갖고 항상 뛰고 있다. 그때보다 지금이 한 경기가 더 소중하고 간절하다. 간절함 속에서 나오는 경기력이 기대가 된다. K리그에서 못 이룬 우승을 울산과 이룬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 김도훈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반겨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어 기대가 된다. 나도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겠다.
- 울산에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기대하는 점은?
팬들이 느끼기에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많이 기대하실 것이다. 축구가 하루 사이에 효과가 나타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좀 더 기다려주시고 발을 맞추고 호흡한다면 2-3개월 뒤에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어느 팀도 단기간에 내용과 결과를 다 잡을 수 없다. 좋은 팀이 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나 내용보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 울산이 선수생활에서 마지막 구단이 될까?
K리그 복귀에 대해 결심한 것은 한달 반 전이다. 현실적으로 나를 판단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 국내에 들어가서 뛰는 것이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겨울에 뛰고 싶어서 보훔에 요청했다. 이 팀이 마지막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과거의 영광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면서 준비를 하겠다.
- ACL에 대한 생각은?
규정상 16강까지는 ACL을 뛸 수 없다. 시즌초반 리그에 집중하겠다. 좋은 기회가 되어서 뛴다면 특별한 경험이다. ACL은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유럽에서도 지켜봤다. 한국팀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모습이 본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한국팀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K리그에 돌아올 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기대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기대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나길 바라겠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축구회관=조은정 기자 c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