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센은 만능맨", "마스크 쇼핑" 두산 미야자키 캠프 뒷이야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03.16 07: 02

2월 23일부터 3월 8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의 스프링캠프. 15일 간 총 6경기의 실전 경기를 치르는 등 구슬땀을 흘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김태형 감독이 "일본에서는 실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하고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미야자키에서 일본 팀과 4차례 연습 경기, 두 차례 청백전을 소화했는데 선수들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았다. 특히 몇몇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한 게 보였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캠프였다"고 총평을 하는 등 두산으로서는 수확이 많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타지에서 합숙을 하고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는 야구 외적으로도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 중 기사로 전하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훈련을 마친 두산 선수들이 미팅을 갖고 있다. /sunday@osen.co.kr

# ‘순리대로’ 외쳤던 두산, 결국에는 막차 타고 극적 입국
지난달 27일. KBO가 코로나19로 시범경기를 취소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는 1982년 KBO 출범 이후 처음. 많은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연장하는 등 국내보다는 해외 훈련에 초점을 뒀지만, 두산은 “일정 변경은 없다. 한국에서 준비하겠다”라며 순리대로를 외쳤다.
그러던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소식이 들렸고, 일본에서 캠프를 진행하던 구단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의 입국 제한 조치는 두산의 귀국 다음날인 9일부터 시행. 오키나와에 캠프를 치른 삼성과 LG가 급하게 항공편을 변경하고, 경유까지 택한 가운데 두산은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귀국에 성공했다.
[사진] 알칸타라(좌)-페르난데스(우)
# “저 일본어 못해요” 페르난데스-알칸타라 통역의 비애(?)
쿠바 출신의 두산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는 스프링캠프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동생’ 알칸타라가 합류했기 때문. 지난해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미국인인터라 페르난데스에게는 최우진 통역이 유일한 스페인어 대화 창구였다. 그러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투수 알칸타라가 오면서 직접 이야기할 상대가 생겨 ‘언어 욕구’를 해소했다.
스프링캠프 휴식일. 페르난데스와 알칸타라는 미야자키 시내에 나가 식사를 하곤 했다. 이들의 곁을 지키는 최우진 통역. 한국 식당에서 주문을 도맡았던 최우진 통역이었던 만큼, 일본 식당에서도 페르난데스와 알칸타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최우진 통역에게 향했다.
이들에게 '언어 천재'로 보이는 최우진 통역이었지만, 이 상황이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최우진 통역은 “저도 일본어 못하는데…”라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래도 얼굴이 비슷해서 안심이 되나보다"라고 웃었다. 결국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세 명'은 번역기를 들고 점심을 해결했다는 후문.
[사진] 숙소 안에 마련된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고 있는 플렉센
# ‘탁구 선출도 이긴다’ 만능 운동꾼 플렉센
선수단 숙소 한 쪽에 마련된 탁구대. 선수들은 오고가며 이곳에서 탁구를 치곤 했다. 이 중 최고의 탁구 스타는 플렉센.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플렉센은 ‘만능 운동꾼’이다. 볼링은 250을 치고, 골프 등 각종 운동 실력이 모두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두산 선수들도 플렉센의 탁구 실력에 “정말 잘친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내밀 정도.
훈련을 마친 어느날 오후. 플렉센은 한 일본인 여성과 치열한 탁구 대결을 펼쳤다. 주위에서 탁구를 보던 한 팬은 이 여성을 탁구 선수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플렉센은 밀리지 않고 오히려 강스매싱을 넣는 등 다양한 장기를 뽐내며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이제 증명할 것은 야구만 남았다.
[사진] 일본 미야자키 시내 한 약국의 마스크 매대
# 마스크가 없어요 
한국에 코로나19를 강타한 가운데 휴식일 선수들에게는 작은 미션이 있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마스크 구하기. 훈련 중 자신이 쓸 마스크는 구단에서 지급을 해줬지만, 가족들의 몫까지 바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일본 역시 마스크는 귀한 몸이었다. 한 사람 당 하나씩 구매가 가능하고, 아침마다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간신히 약국에서 어린이용 마스크를 찾은 한 코치는 아들에게 줄 생각에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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