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카의 신종 마구? 불혹의 노병이 살아가는 방법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0.03.17 15: 02

'원조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40.세이부 라이온즈)의 새로운 구종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마쓰자카는 지난 15일 야쿠르트와의 시범경기에서 등판해 3이닝을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8회 상대 무라카미를 상대로 던져 삼진을 잡았던 '스플릿 체인지업'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마구'라는 과장된 표현까지 동원하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구종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스포츠닛폰'은 기자칼럼을 통해 이미 보스턴 시절인 2010년 배웠고 써먹었던 구종이라고 전했다. 손가락 위치를 통해 스피드를 바꾸는 구종이다. 서클 체인지업와 달리 검지를 동그랗게 굽히지 않고 검지와 중지로 던진다. 포크에 가깝고 미세하고 작은 변화를 보이며 가라앉는 구종이다. 

일본에 복귀해서 던지지 않았는데 최근 스프링캠프에서 동료투수 잭 닐에게 다시한번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배웠다. 이번에 일본 공인구로 던졌는데 제대로 날카롭게 떨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마쓰자카는 캠프에서 '떨어지는 공'을 테마로 삼았는데 제대로 수확을 한 셈이다. 
마쓰자카는 컷 패스트볼과 투심의 가로형 변화구에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한 이유는 공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범타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불펜에서 남 모르게 살짝 살짝 던졌는데 닐의 조언을 받아 좀 더 개량에 성공했다. 그래서 마쓰자카는 자신감이 더욱 생긴 모양이다. 
연습경기 상대에게 자신의 신구종을 들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나는 다 보여주더라도 밀당을 하면 된다. 매번 같은 패턴은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양한 구종 조합으로 상대를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어깨와 팔꿈치 상태는 2015년 일본복귀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나이를 먹으면 전성기가 지난다. 스피드가 줄고 힘이 떨어진다. 부상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35살, 40살까지 던진다. 강속구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스피드오프 구종, 제구력, 볼배합으로 살아간다. 세월이 녹은 경험도 귀중한 재산이다. 괴물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마쓰자카도 신구종을 택한 이유이다. 
해태의 팔색조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계현 KIA타이거즈 단장은 "나이가 들고 스피드가 떨어져도 경험과 변화에서 답을 찾는다. 오히려 마운드에서 던지는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괴물에서 기교파 투수의 길을 걸었던 배영수 두산 코치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야구인생 마지막 공으로 우승 세이브를 따냈다. 팬들은 그 '꺼지지 않는 불꽃'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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