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현재 롯데 투수들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은 투수다.
줄곧 140km 후반대, 때로는 150km까지 나오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에 더해 자체 청백전이지만 빠른 템포로 타자들을 파고들면서 연일 호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 자체 청백전에서는 10개 구단 투수들 가운데 거의 최초로 6이닝(1실점)을 소화하며 개막전 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을 알렸다.
“전체적인 느낌이 다 괜찮았다”는 박세웅이다. 순항을 이어가다가 지난 3일 청백전에서는 3⅓이닝 8피안타(2피홈런) 4볼넷 10실점으로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세웅은 이 난조를 마음 속에 깊이 담아두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투수들에게 점수를 내주는 것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유리한 카운트에서 맞은 안타가 많았고 결정구였던 공들의 제구가 높아지면서 몰리는 공들이 많아졌다. 그 부분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으로 2018시즌 중반에야 1군에 합류했다. 이 해 시즌이 끝난 뒤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중반 이후 복귀했다. 캠프를 온전히 치르고 개막부터 맞이하는 것은 약 3년 만이다.
박세웅은 현재 몸 상태를 자신하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진 것은 물론,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의 변화구들의 각도 이전보다 날카롭고 예리해졌다. 그는 “몸을 잘 만들어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전체적으로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나 스스로도 몸 상태가 좋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좋았던 시기보다 오히려 평균 구속은 더 좋아지고 있다. 이를 유지해서 개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자신의 구위를 다시 믿을 수 있게 됐다.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의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과감한 커브 구사는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그는 “원래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아파서 변형이 됐다. 그러나 내 팔 스윙을 다시 되찾으면서 고속 슬라이더도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커브 회전수가 좋아지고 구사율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패스트볼과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를 모두 균형있게 던질 수 있는, 포피치 투수로의 진화를 알리는 몸 상태다. 박세웅의 주무기인 포크볼은 위기를 헤쳐나가는 구종이기도 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구사율이 평균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겟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크볼은 여전히 자신있다"면서도 "슬라이더, 커브도 좋아졌다고 자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믿고 이제는 다른 구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뒤 포크볼은 결정적인 순간에 던지는 방향으로 패턴 변화를 꾀한다.
박세웅은 “포크볼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보다는 다른 구종을 활용하면서 포크볼을 결정적일 때 꺼내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투구 레퍼토리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등판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당시에 포크볼의 움직임이 날카롭지 않았다. 대신 슬라이더가 좋아서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포크볼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개막을 그 누구보다 기다리는 박세웅이다. 개막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남은 등판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꾸겠지만, 굳이 무리해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