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했던 매치 이벤트였다.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KIA타이거즈 이벤트 매치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에이스 양현종과 언더핸드 임기영이 각각 지휘봉을 잡고 자체 연습경기를 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의 재미를 복돋아주기 위해 이벤트 경기를 제안했다. 스코어는 6-6 무승부. 마지막 공 굴리기에서 승리한 임기영 팀이 윌리엄스 감독이 내건 상금을 챙겼다.
양현종 감독과 임기영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드래프트 회의를 갖고 각각 소속 팀의 선수를 구성했다. 순번으로 차례로 돌아가며 야수들을 선택했다. 대신 투수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가뇽조와 홍상삼조로 나누었고, 임기영이 동전치기에 승리해 가뇽조를 선택했다.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선발라인업에서 임기영은 파격, 양현종은 정석을 택했다. 임기영은 최형우를 1번타자, 이우성을 4번으로 기용했다. 출루율이 아니라 '닥공'을 위한 것이었다. 양현종은 1번에 요즘 타격감이 뛰어난 내야수 김규성을 선택했고 4번타자는 나지완을 택했다. 김규성의 활약을 기대했다.
양현종과 임기영은 더그아웃에서 감독들처럼 선 채로 경기를 지휘했다. 선수교체와 작전까지 구사했다. 양현종은 홍상삼이 8개의 볼넷을 내주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 다독였다. 선수들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볼넷 하나 더 얻으려 선구안을 작동했다. 선배들은 한 타석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양 팀의 선발투수들이 드류 가뇽(4이닝 6피안타 3볼넷 6실점)과 홍상삼(4이닝 2피안타 8볼넷 4실점)이 다소 부진했다. 이날 귀국후 첫 실전에 나선 레드 팀 1번 최형우는 4회 세번째 타석에서 4-6까지 추격한 뒤 1사 만루의 기회가 왔다. 임기영의 승부수가 성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자 임기영 감독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후 두 팀은 승부를 가렸다. 공을 굴리는 게임이었다. 감독들이 양현종과 임기영이 직접 마운드에서 홈플레이를 향해 굴리는 것이었다. 홈플레이트에 가장 가깝게 굴린 쪽이 승자였다. 먼저 굴리기에 나선 양현종은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훌쩍 넘어갔다. 반면 임기영은 남다른 컨트롤로 홈플레이트 공을 올리는 묘기를 보였다. 레드 팀 선수들은 환호했고 감독의 두둑한 금일봉을 챙겼다.
경기후 양현종은 "선수들이 진지하게 이기려고 해주어 고맙다. 감독을 하루 했는데 할 게 못된다. 종일 서 있으니 허리가 아프다. 스트레스가 많다. 10개 구단 감독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홍상삼은 (마운드에 올라가서) 편하게 던지라고 했다. 감독의 마음보다는 선배의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잘 풀렸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4회부터 점수를 못낸 것은 내 탓이다. 감독의 자리에서 봤을때는 잘했으면 아쉽다는 마음 뿐이다. 비겼더라도 마지막 공굴리가에서 져서 내 탓으로 생각했다. 이겼다면 모두 잘했지만 김규성(1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에게 MVP를 주었을 것이다. (선수 드래프트)에서 일찍 뽑았는데 좋은 역할을 했다. 오늘 졌으니 내일 1~2군 전체 선수들에게 커피와 피자를 쏜다"며 웃었다.

임기영은 "나보다 선배님들이 더 이기려고 했다. 기용법이 복잡해서 머리도 아프도 어렵더라. 많이 배웠다. 나는 무조건 공격이었다. 작전은 번트사인 한 번만 냈다. 공격해서 이기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살아나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최형우 선배의 톱타자 기용은 실패한 것 같다"며 웃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오늘 경기는 지쳐있을 선수들에게 다른 변화와 환경을 준 점에 의미를 주고 싶다. 이런 작은 목표와 동기부여를 통해 선수단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 양 감독이 전체적으로 잘 운영한 것 같다. 투수진도 잘 꾸려 마무리 투수까지 적시에 투입하는 등 첫 경기지만 잘 운영했다"고 의미 부여와 칭찬을 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