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프랜차이즈 스타 ‘룰러 ‘박재혁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를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2016년 삼성(현 젠지) 소속으로 LCK에 데뷔한 박재혁은 곧장 팀의 중심이 되어 인상적인 가을 무대를 이끌었다. 특히 2017년에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과 함께 결승전 MVP로 선정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한 박재혁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과제가 있었는데, 바로 LCK 우승이다. 그간 박재혁과 소속팀 삼성-젠지는 묘하게 LCK 결승전과 인연이 없었다. 정규 시즌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2017년 당시 삼성은 스프링-서머 시즌 각각 KT, SK텔레콤에 밀리며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두경기 모두 아래 순번의 팀에 덜미를 잡혔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박재혁은 2020년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첫 LCK 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 15일 젠지는 온라인으로 열린 2020 LCK 스프링 스플릿 KT와 2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승리하고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라스칼' 김광희와 '비디디' 곽보성이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내면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경기력이 물이 오른 KT였기 때문에 젠지의 힘든 싸움은 어느정도 예상됐다. 젠지는 마지막 3세트에서 끈끈한 KT에 역전을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KT가 ‘바다 드래곤의 영혼’을 획득해 게임의 흐름이 크게 넘어간 상황에서 그림 같은 한타가 없었다면 젠지는 패배할 확률이 높았다. 오른-라칸이 동시에 진입해 적을 한번에 덮치는 노림수를 실현한 젠지는 역경을 딛고 순위 싸움에 쐐기를 박았다.
박재혁 또한 팀원들과 함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2, 3세트 칼리스타로 단 1번만 사망하며(도합 9킬 8어시스트) 팀의 승리를 도왔다. 그동안 부담이 많았던 박재혁에게 지난 경기 활약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우범 젠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재혁 선수의 실력은 지표상 나쁘지 않은데, 패배 당시의 모습 때문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오늘 경기에서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고 격려했다.
결승전에 선착한 젠지와 박재혁은 오는 25일까지 플레이오프를 보며 전략을 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8번째 도전 만에 결승 무대에 오른 박재혁이 그간의 아쉬움을 털고 생애 첫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