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공이 빠르던데요." 홈구장 첫 피칭을 당당하게 소화하는 막내 투수의 피칭을 본 사령탑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KT 위즈는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했다.
이날 청백전은 다소 특별했다. 그동안 1군 선수와 백업 선수로 꾸려서 청백전을 진행했다면, 이날 KT는 익산에서 훈련 중인 퓨처스 선수를 올려 경기에 내세웠다.
지난 12일 청백전을 마치고 이강철 감독은 익산으로 곧바로 내려갔다. 13일 선수단 휴식일을 이용해 퓨처스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퓨처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를 뽑아 이날 수원 청백전에서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중에는 현역 시절 이강철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영건’이 있었다. 설악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2순위)로 입단한 이강준은 이날 9회초 마운드에 올라와 147km의 공을 던졌다. 역동적인 사이드암 투구폼은 이강철 감독의 현역 모습과 비슷하는 평가를 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레전드'다. 이강준 역시 "감독님과 투구폼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롤모델은 감독님"이라고 이야기했다.
2001년 12월 14일 생인 이강준은 KBO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지만, 선배들 앞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1이닝 동안 볼넷 하나를 내주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경기를 지켜 본 이강철 감독은 "익산에서 피칭하는 모습을 보고 더 보기 위해 수원으로 불렀다. 생각보다 스피드가 잘 나오더라"라며 "다만 투구폼은 크로스로 던지는 것에서 좀 더 빼도록 했다. 유연해서 끌고 나오면 괜찮은데, 아직 완벽한 폼이 아닌 만큼 부상 위험이 있어 수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준은 "익산에서 연습한대로 자신있는 모습 보여드릴려고 했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라며 "오늘 1이닝 던진다고 해서 힘껏 던졌다. 앞으로 구속은 더 나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강준의 투수 시작은 남들보다 늦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마운드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가 돼서야 올랐다. 이강준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팀에 투수가 없어서 투수를 해보라고 하셨다"라며 "고등학교 때에도 KT에 가고 싶었다. 내가 사이드암 투수인 만큼, 사이드암 투수 출신 감독님과 투수 코치님에게 배우고 싶었다"고 눈을 빛냈다. 이어서 그는 "지금 변화구 제구가 약점인데 이 부분과 함께 체인지업을 배우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강준의 동기는 ‘특급 신인’ 소형준이다. 소형준은 일찌감치 5선발로 낙점을 받았고, 청백전에서도 5경기에서 18이닝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2.00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많은 시선이 소형준에게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강준은 조급함을 버렸다. 그는 “(소)형준이는 어릴 때부터 투수를 했다. 지금 당장 그만큼 따라잡으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것 같다. 형준이는 형준이 나름대로 하고 있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