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애리조나에서 격리된 리그를 격렬하게 반대했다. 지금 당장 은퇴를 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목소리를 높였다.
커쇼는 20일(이하 한국시간) ‘LA 타임스’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메이저리그가 구상 중인 애리조나주에서 격리 리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5개월가량 애리조나에서 야구장, 호텔만 오가며 ‘무관중’ 리그를 개막하는 아이디어로 냈다.
하지만 커쇼는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우리 모두 야구를 하고 싶다. 나도 그렇다”면서도 “가족 없이 4~5개월 동안 격리된 생활은 못할 것 같다. 시즌 개막을 위해 과감한 조치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무관중 리그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커쇼는 아내 엘렌 사이에 딸 칼리, 큰 아들 찰리, 막내 아들 쿠퍼까지 세 아이를 둔 ‘다둥이’ 아빠. 가족 사랑이 누구보다 크다. 커쇼뿐만 아니라 상당수 선수들이 가족을 이유로 애리조나 리그에 반대하고 있다.

트라웃도 지난주 ‘NBC 스포츠’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야구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격리된 곳에선 몇 달 동안 경기장과 호텔만 오가며 가족을 볼 수 없다. 정신 나간 소리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보였다.
특히 트라웃은 아내가 임신을 했고, 오는 8월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이의 탄생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올 여름 첫 아이를 얻을 투수 잭 휠러(필라델피아)도 “출산 순간을 함께할 것이다. 아버지가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족을 이유로 격리 리그를 반대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찬성하는 선수들도 있다. 내야수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외야수 알렉스 고든(캔자시스티), 투수 콜 해멀스(애틀랜타) 등은 야구만 할 수 있다면 격리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미혼의 22세 내야수 가빈 럭스(다저스)도 그 중 하나. 럭스는 “내겐 큰 문제가 아니다. 격리 리그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커쇼와 트라웃의 반대에 대해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양 쪽 끝까지 넓게 봐야 한다. 아내,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길 원치 않는 것도 완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