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축구 선수들의 등 번호가 나타났다. 코로나와 맞서는 이탈리아 의료진의 방호복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자국을 위협하는 코로나-19와 맞서는 이탈리아 의료진은 방호복에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등 번호를 적으며 용기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내 코로나 진원지로 평가받는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가 18만 명을 돌파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긴 했으나 지난 20일만 해도 무려 225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타났다.

특히 이탈리아는 사망자만 2만 4144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북부 이탈리아는 공중 의료 체계가 마비됐다. 보호 장비와 병상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
이탈리아 의료진은 마스크나 위생 장갑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코로나와 전장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의사협회(FNOMCEO)는 지난 10일 사망한 의사의 수가 100여 명을 넘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사 등을 포함한 전체 의료진으로 확대하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난다. 한 이탈리아 간호사는 코로나 확진 이후 죄책감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탈리아 의료진은 제 목숨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와 싸움에 전념했다. 이런 의료진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들이었다.
RMC 스포츠는 "지난 몇 달 동안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움에 전념하고 있는 이탈리아 의료진은 자신의 우상인 선수들과 함께 나서기 위해 방호복에 선수 이름과 등 번호를 적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마취 전문의인 시메오네 데 루도비코는 열성적인 AS 로마 팬이다. 그는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백 Km를 달려서라도 경기를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일(코로나와 싸움)에 집중해야 했다"고 전했다.
축구와 잠시 떨어졌지만, 로마는 루도비코에게 용기를 주는 삶의 활력소였다. 그는 로마의 전설 데 로시의 이름과 등 번호 16번을 자신의 등에 새겨 화제를 모았다.
루도비코는 "나는 항상 데 로시를 좋아했다. 그의 팬이기 때문에 등번호와 이름을 적었다. 그도 우리와 함께 코로나와 맞서는 것"이라 미소를 보였다.
여러 의료진은 프란체스코 토티(전 AS 로마)나 안드레아 벨로티(토리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과 번호를 등에 세기고 코로나와의 사투에 나서고 있다.

라치오의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는 자신과 동료 치로 임모빌레의 등 번호를 적은 의료진들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당신들이야 말로 나의 영웅입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자신의 안전과 보신을 잠시 내려두고 코로나와 싸움에 나선 이탈리아 의료진들. 그들이 용기를 얻기 위해 등에 적은 축구 선수들의 번호와 이름은 우리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