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부딪히고 하와이식 인사…하이파이브 자제령이 만든 신풍경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4.22 10: 12

팔꿈치를 부딪히고 손인사를 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하이파이브 금지’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 낸 신풍경 속에서 야구가 시작됐다.
지난 21일, 잠실(두산-LG전), 인천(키움-SK전), 수원(한화-KT전), 광주(삼성-KIA전), 창원(롯데-NC전) 등 5개 구장에서 시범경기 성격의 팀간 교류전이 시작됐다. KBO가 일정을 정했고, 중계방송까지 진행했다. 3월에 취소된 시범경기를 대체하는 성격이 짙다. 
하지만, 여느때와 같을 수는 없었다. 코로나19는 야구장의 문화와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일단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까닭이다. 그리고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하이파이브 자제 권고로 인해 대체하는 동작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LG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교류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승리를 거둔 엘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KBO는 예방의학 전문가가 참여해 구성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코로나19 TF팀이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 2판’, 선수단 예방 지침에 따르면 '맨손 하이파이브 및 악수 등을 자제해달라'고 적시되어 있다. 
지난 21일 5개 구장에서는 KBO의 대응매뉴얼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선수단이 고민이 묻어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특히 하이파이브 자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모습들이 나왔다. 일단 습관처럼 하던 하이파이브이기에 선수들이 이를 쉽게 바꾸기는 힘들어 보였다. 몇몇 구단들은 여느때처럼 선수단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하이파이브를 대체하는 제스처를 만들어 낸 구단들이 있다. 삼성과 KIA가 대표적이었다. 삼성은 이날 허삼영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손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고 팔꿈치를 부딪히는 동작으로 하이파이브를 대신했다. 허삼영 감독부터 시작해 선수들이 일제히 팔꿈치를 서로 부딪히며 기쁨을 나눴다.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의 제안으로 엄지와 약지 손가락을 펴고 얼굴 옆쪽으로 주먹을 흔드는 동작을 선보였다. 이는 하와이식 손인사법으로 “너 멋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롯데는 잠시 혼돈의 시간이 있었다.  경기 초반에는 하던대로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했지만, 이내 KBO의 지침을 떠올리며 손바닥 대신 팔꿈치를 서로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로 대신했다. 삼성의 방식과 비슷했다. 이후 출루하면 1,3루 주루코치와 손바닥 대신 주먹을 맞부딪히는 등의 동작을 진행했다.
한편, NC 이동욱 감독은 하이파이브 자제 지침에 대해 보다 명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감독은 “하이파이브 규정에 주먹 인사, 팔꿈치를 부딪히는 것은 되는지에 대해서는 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악수 대신 주먹 인사 정도는 하더라. 그것조차 안되는건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어쨌든 야구는 돌아왔다. 코로나19 이전의 익숙했던 모습을 되찾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하이파이브 자제 규정으로 인해 구단만의 새로운 자축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한 새로운 풍경이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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