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대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발상이 강하다."
일본의 한 정치학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대한 아베 신조 정부의 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치학자 도사 히로유키 고베대학교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는 22일 일본 경제지 '겐다이 비즈니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아베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보다는 올림픽과 경제를 우선시 하는 특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0/04/22/202004220944777884_5e9f9ea330e3d.jpg)
도사 교수는 우선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 연기 전이던 지난 17일 G7 정상들과 화상회의 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길 증거로써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치르기로 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소박하고 순진한 인간중심주의 사고방식이 나타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이러스를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도 이긴다고 단언하는 것이 '순진한 인간중심주의'라는 것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 확대 방지보다 올림픽과 경제를 우선하는 특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이 성명에는 총리 임기 중에 어떻게든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는 그의 개인적 욕망이 드러나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러스를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없는데도 그것을 이기고 바이러스를 이긴다고 단언하는 것을 순진한 인간중심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과 인간 이외의 관계가 인간 사회 내 권력 관계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주의는 '종차별주의' 등 다양한 차별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혹은 "우한 바이러스"라고 불러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을 부추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기 게이, 아프리카에 대한 차별을 초래했던 HIV/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을 예로 들며 전염병이 과잉되면 국가 위협, 안전 보장 문제로 간주돼 국적, 인종 등 집단적 속성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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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교수는 또 "오염지역을 격리하고 동시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의 이동이나 접촉을 최대한 멈추는 것이 효과적인 수단이란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면서도 "정치적으로 국가비상상태 결정을 내리는 존재를 '주권'이라고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국가라는 점을 바이러스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 우려했다.
방역체제에 협력하지 않은 사람을 사살한 필리핀의 경우처럼 "팬데믹이 포퓰리즘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삼권분립을 깬 디스토피아적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그는 "이런 팬데믹은 지금까지의 생활양식과 그것을 지탱해 온 사회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은 아직 경제 성장이 'V'자 회복 운운하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위기를 계기로 사회구조를 지속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비판한 그는 "이 때문에 생명보다 대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발상이 강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외출제한이 너무 늦고 그 제한 수위도 너무 늦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특히 그는 "그 외상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코로나19 위기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 정부관계자의 리스크 인식에는 상당히 강한 정상성 편견(자기들은 괜찮다고 믿는 리스크 과소평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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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사람들이라면 일시적으로 팬데믹을 극복했다 하더라도 다시 가속돼 팬데믹 재발로 돌진할 위험이 있다"면서 "재가속 끝에는 기후변화를 포함 다양한 인위적 리스크 증대로 인한 생태적 파국 등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우선으로 인한 늦장대응이 감염 확대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태풍이나 지진 등이 일어나면 피난 장소에서 집단 감염 발생해 복합적인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사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장기적 시점에서 보면 분명 변혁을 실현, 추진해 가기 위한 찬스"라면서도 "좁은 경제성장주의의 정형적 사고(올림픽이나 세계박람회로 상징되는 과거 고도 경제성장의 성공 이야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때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