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시국인 만큼, 조심해야죠.”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연습경기를 펼친 22일 서울 잠실구장. 이날 경기를 앞두고 키움 외야수 이정후(22)는 그라운드에 있는 보호망 위에 배팅 장갑을 올려뒀다. 이후 두산 외야수 김대한(20)에게 눈짓으로 가지고 가라는 신호를 했다. 이정후와 김대한은 휘문고 2년 선・후배 사이다.

잊지 않고 챙겨준 2년 선배의 선물에 김대한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이정후의 배팅장갑을 챙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든 이색풍경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KBO는 맨손 하이파이브나 악수 등 자제하고, 침뱉기 등을 금지했다.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던 만큼 둘 사이는 각별했지만, 이런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며 우정을 나눴다.
이정후는 “(김)대한이는 내가 3학년일 때 1학년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많이 따랐던 선수”라며“마침 어제 전화 통화를 하다가 장갑 이야기가 나와서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정후는 “직접 전달하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김)대한이가 운동을 하고 있었고,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시기이니 조심스럽게 올려두고 가지고 가라고만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정후의 장갑을 받은 김대한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대한은 "(이)정후 형의 타격감이 좋았던 만큼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라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조심스러운 시국인데 센스있게 놓고 가셔서 감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활약도 다짐했다. 김대한은 "정후 형이 매년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나 역시도 좋은 기운을 받고 올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