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대호 1루수 기용에 담긴 '허心'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4.23 07: 00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향한 가능성을 일깨우면서 베테랑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팀을 알아갔다. 특히 팀의 간판인 이대호(38)와는 스프링캠프부터 타격적인 면에서 꾸준히 소통을 해왔다. 그리고 이대호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개인훈련을 진행해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는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약 40여 분의 거리를 홀로 걸어서 이동을 하면서 몸소 그 의지를 보여줬다. 이대호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절치부심하면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 허문회 감독은 이러한 이대호의 모습을 의지의 표현으로 읽었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려고 한다.

롯데 이대호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이대호의 타격하는 모습이 확실히 다르다. 잘 치면 당연히 4번 타자다”고 스프링캠프에서 속내를 밝히기도 했던 허문회 감독이다. 그리고 올해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에게 1루수 자리를 최대한 많은 경기에 부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 이대호만한 타자와 1루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스프링캠프에서도 1루수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국내 자체 청백전에서도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로 선발 출장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허문회 감독은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1루수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비시즌 동안 스스로 준비를 잘 해왔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1루수보다는 지명타자 출장 빈도가 높았지만 아직은 이대호가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음을 갖고 있다.
스프링캠프 MVP를 받았던 정훈이 1루수가 가능하고 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잔류 계약을 맺은 전준우가 1루수로도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채태인(SK)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 팀을 떠나면서 중량감 있는 전문 1루수가 사라진 것도 이대호의 1루수 기용 계획을 뒷받침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비시즌 훈련 모습을 지켜봤을 때 다시 1루수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수비 범위는 넓지 않지만 1루수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움직임과 글러브 핸들링 등은 다른 1루수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이대호가 1루수로 뛰게 될 경우 지명타자와 외야진의 로테이션도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대호와 정훈이 지명타자와 1루수를 번갈아가면서 소화하고 전준우도 1루수로 뛸 수 있다. 플래툰과 멀티포지션을 준비해왔던 허문회 감독의 야수진 운영 복안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관건은 올해 만 38세의 이대호가 1루수로 나서면서 체력 저하 없이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지명타자로 타석에서만 들어서는 대신 1루수로 그라운드에 머물면서 경기 상황을 읽고 타격감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타선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체력이 타격감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팀과 이대호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의 마음은 이대호 1루수 기용에 맞춰져 있다. 이대호라는 베테랑의 시즌 준비 모습은 허문회 감독을 사로잡았고, 올해 롯데 타선과 야수진 운영의 핵심이 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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