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연기된 2020시즌 K리그 개막이 임박했다. 24일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를 통해 시즌 일정과 경기수가 결정되고 각 구단은 막바지 준비에 들어간다. 지난 23일부터 각 팀은 중단되었던 연습 경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정정용 감독이 부임한 서울 이랜드도 23일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르며 2020시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날 OSEN과 만난 정정용 감독은 “지금까지처럼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면 안 된다”라며 변화된 이랜드를 약속했다.

정 감독은 코로나19로 리그가 연기되면서 선수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경이나 프로그램을 바꿨다”라며 "너무 길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연습 경기를 치르며 막바지 담금질에 돌입할 것도 밝혔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이번 시즌이 정상적으로 개막했다면 정정용의 이랜드는 7~8경기 가량을 치렀을 것이다. 정 감독은 “누구든 이상을 꿈꾸는 게 좋다”라며 “가능하면 상위권에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다. 누구도 모르지만 당시 상황만 보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2월 개막을 준비할 당시 이랜드에는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었지만 현재는 일부 선수들이 이탈한 상황이다. “기존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좋은 점을 만들고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자체 연습 경기를 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고, 멘탈 부분에서는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많았다”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정정용 감독은 스쿼드가 얇은 이랜드에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전술적 무기가 10개에서 5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비유했다. “우리는 다른 팀처럼 A팀, B팀으로 나누지 않고 딱 정예 멤버다”라며 “주전-비주전을 떠나 각 선수의 기능, 역할이 있어서 전술의 다양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시즌 초반 각 팀의 전력차에서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월엔 기존의 지도자가 남아있는 부천, 전남 등이 스타트를 잘 끊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새로운 감독과 선수들의 조직적인 부분이 안착되어 가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전력이 강한 제주, 대전, 경남이 다른 팀들보다는 조금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랜드는 감독은 물론 선수단도 크게 변해 사실상 새로운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조급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방향성은 확실하게 하고 싶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철학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올해 어느 정도 만들어서 기반을 다지고,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정 감독은 팀 성적과 더불어 선수들의 성장도 큰 목표로 삼았다.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기량이 발전적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라며 “기본적인 것이 확 바뀌지 않겠지만 경기 운영에 있어서 더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 감독은 “지금 현재 선수들이 있는 곳에서 얼마나 가치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더 발전해 더 큰 팀으로 가는 것도 지도자로서 보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정용 감독은 치열한 경쟁과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영광이 나간 골키퍼 포지션에 대해 “아직 100% 마음을 정하진 않았다”라면서도 “시너지가 발생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이랜드의 골문을 놓고 김형근과 강정묵이 경쟁 중이다.
정 감독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도 궤도에 올랐다. 수쿠타-파수, 레안드로, 라자르 모두 2월까진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다. 정 감독은 “파수는 거의 정상으로 몸이 올라왔고, 레안드로, 라자르도 다 적응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임기 내 승격’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를 따르는 선수들도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다. 정 감독은 “이번 시즌 고춧가루는 확실히 뿌릴 수 있다”라면서도 “지금까지처럼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면 안된다”라고 방심을 경계했다.
정 감독은 승격 목표를 위해 팀에 팽배한 좌절감을 극복해야 한다. 한 이랜드 선수는 “시즌 초반엔 ‘이번엔 할 만 하다’라고 생각하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정 감독도 이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정 감독은 “대표팀 때도 유럽 선수들과 붙으면 선수들이 ‘역시 우리는 안 된다’라고 쪼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처음 붙었을 때 ‘가능하다’라고 생각해야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 많은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선수들이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바꿔야 하는 부분부터 손을 댔다. 작년처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좌절감을 극복한 후엔 냉정함이다. 정 감독은 “냉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공격적으로만 좋겠지만 하면 냉정하게 결과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성적 향상을 위한 키 포인트를 꼽았다. 이어 “모두 연습 경기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이라며 “감독과 선수들 모두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정용 감독은 머지 않아 직접 만나게 될 이랜드 팬들을 위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정 감독은 “무척 설레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팬들도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오늘 경기 잘 왔다. 즐길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 조금 기다려주시고, 소통하면서 팀이 우뚝 설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약속했다./raul1649@osen.co.kr
[영상]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