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우면서도 차갑게. 2020년 K리그의 자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2020시즌 K리그 개막일을 확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월 29일로 예정됐던 K리그의 개막은 무기한 연기됐다. 다행히도 한국은 철저한 방역 작업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어느 정도 사태를 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연맹은 오는 5월 8일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0시즌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개막 예정일서 70여 일 늦게 시작하는 것이다.
K리그1은 정규 시즌 22경기 이후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택했다. K리그2의 경우 10개 구단이 모두 3번씩 만나서 27라운드 경기를 가진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드디어 2020시즌 K리그의 봄이 시작됐다. 축구 팬과 관계자라면 누구보다 기다렸을 K리그의 개막이다.
가슴이 설레고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맹과 여러 축구 관계자들은 머리는 차갑게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이사회를 통해 K리그가 앞으로 코로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매뉴얼의 큰 틀이 나왔다.

먼저 선수나 코치가 양성 반응을 보일 경우에 대해 연맹은 "해당 팀과 경기 혹은 접촉한 팀들은 2주간 자가 격리한다. 다른 팀들은 경기를 하나, 여러 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리그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리그 재개가 용의치 않을 경우는 시즌 종료도 가능하다. 2020시즌 K리그 최종전의 마지노선은 12월 중순으로 정해졌다. 이때까지 리그를 마치지 못한다면 조기에 시즌을 종료할 계획이다
연맹은 리그 중단 시 K리그1 22라운드, K리그2 18라운드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를 2020시즌이 성립하는 최소한의 요건으로 책정했다. 리그가 성립하지 않아도 팀이나 개인 기록은 모두 인정된다.
지난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FC와 경기서 나온 일부 팬의 야외 응원에 대해서 연맹은 "연습 경기와 공식전은 다르다. 무관중 경기에 대한 운영 방안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이전에 무관중 경기 운영을 하면서 만든 규정이 있다. 각 구단은 무관중 경기 운영시 팬들의 경기 관람을 막아야 한다. 질병으로 인한 무관중에 대한 매뉴얼도 만드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의 관중 입장 재개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연맹은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갈 것이다. 유관중이 재개돼도 일제 개방이 아닌 점진적인 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K리그의 코로나 대응 매뉴얼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사회에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국 차원에서 미비한 부분을 보완해서 각 구단에 지시한다는 방침이다.

누구보다 그라운드를 그리워했던 선수들이라도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게 플레이할 것이 요구된다. 축구의 특성 상 야외 스포츠라도 신체 접촉이 많아 언제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선수들의 유의 사항에 대해서 연맹은 "과한 신체 접촉이나 격한 세리머니나 침 뱉기 등은 선수 차원에서 자제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코로나 매뉴얼이 다소 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세가 잠시 꺾였지만 전 세계적인 폭발세는 여전하다.
유럽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갔으나, 일본-미국 등에서는 연달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에 대한 치료제도 발견되지 않은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그 무엇보다 팬과 선수, 관계자들의 설레게 만드는 K리그의 봄.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가슴은 뜨겁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안전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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