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 인생 패배자"..'마이웨이' 혜은이, 눈물로 전한 김동현과 30년만 이혼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4.30 00: 12

혜은이가 김동현과 결혼 30년 만에 지난해 이혼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29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가수 혜은이가 배우 김동현과 30년 만에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심경을 최초로 고백했다.
혜은이는 1975년 데뷔곡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큰 인기를 얻은 뒤 '진짜 진짜 좋아해', '열정', '감수광', '제3한강교', '당신만을 사랑해', '뛰뛰빵빵', '비가', '파란나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혜은이는 1984년 사업가와 첫 결혼 후, 4년 만인 1988년 이혼했다. 2년 뒤인 김동현의 적극적인 구애로 재혼했다. 1990년에 결혼해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김동현의 사업 실패 및 각종 법정공방에도 굳건한 사랑을 보였지만, 지난해 7월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제작진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신 거냐?"고 물었고, 혜은이는 "8kg이 빠졌다. (다이어트) 그건 아니고 그냥 속상한 일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며 김동현과의 이혼을 언급했다.
혜은이는 바닷가 근처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를 불렀고, 중간에 배우 신충식은 "혜은이 씨가 젊은 시절에 드라마를 같이 찍었는데, 그때 김동현 씨와 사귀었다. 그래서 내가 동현이한테 '네 주제에 어떻게 혜은이를 만나냐?' 했더니, '제 생애 꿈이 혜은이를 만나는 거예요' 그러더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혜은이와 김동현은 드라마를 통해 부부의 인연을 맺었지만, 결혼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혜은이는 "짧은 시간 안에 뭐라도 더 해봐야겠다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마음의 안식처인 제주도에서 가수 은희 부부를 만난 혜은이는 결혼 생활을 참고 유지했던 이유에 대해 "제일 처음은 자식 때문이고,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남편이 잘 되겠지' 싶었다. '시작했으니까 끝이 있겠지, 맨날 이렇게 살겠나'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고 '참는 것이 미덕이다' 싶었다"고 답했다. 
혜은이는 "팔자 도망은 간신도 못 간다고 하더라. 자기가 거쳐야 할 모든 삶을 다 지내야, 내 몫을 다 해야, 그때 가서 편안한 일도 생기는 거고, 좋은 일도 생기는 거라고 하더라"며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 한참 마음 고생을 하고, 속상할 땐 '왜 나야? 내가 그래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재혼 후 거듭된 김동현의 사업실패와 법정공방으로 빚의 올가미는 혜은이의 주변 사람들한테도 뻗어나갔다.
혜은이는 "그때 어려운 일이 있으니까 하다 하다가 재산으로 남은 것이 작은아버지 집밖에 없었다. 작은아버지께 '집 대출을 받아서 급한 불을 껐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이유를 묻지도 않고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되니?' 하시더라. 직접 본인이 가셔서 대출을 해주셨다. 대출을 갚고 집을 찾아 드려야 하는데, 결국 그 집을 못 찾아드리고 남의 집에서 세상을 뜨셨다. 마음의 짐이라고 할까. 마음의 빚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집을 찾는 것보다 승주(혜은이)가 잘돼야 하는데' 하셨다. 아직도 저렇게 고생을 하고, 언제 저 고생이 끝나겠나 너무 가슴 아파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로 인해서 가슴앓이하던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혜은이는 "사람이 팔자타령을 한다. 운명을 비켜가는 사람이 있고, 맞서 싸우는 사람이 있는데 난 맞서서 싸워온 사람이다. '왜 내가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해? 난 싫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할 수도 있는데, 난 비켜간 게 아니라 맞서 싸워왔다"고 했다.
제작진은 "주변에서는 김동현 씨의 안부를 묻는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고 답을 해주나?"라고 물었고, 혜은이는 "잘 계신다고 얘기한다. 사실은 김동현 씨가 작년에 '참 많이 미안하다.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땠을까 싶다. 이제 편안히 한번 살아봐라 그러더라. 애들도 다 컸고, 애들한테도 알아듣게 얘기하고, 아빠가 엄마를 너무 많이 고생시켜서 미안하니까 엄마 좀 편안하게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다, 너희가 엄마 아빠를 이해해줘라' 그랬다"며 이혼 사실을 털어놨다.
혜은이는 "이혼 후에 나 자신이 굉장히 힘들었다. 내 인생이 참담했다. '참담하다'라는 말을 이럴때 쓰는구나, 자괴감이 들었다. 좀 더 깊이 얘기하자면 나는 패배자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혜은이는 "지금 이혼한지 10개월 됐고, 정말 친구같은 이별을 했다"며 "만감이 교차했고, 이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여기 감독님들은 내가 한 얘기 무슨 말인지 알겠나"라며 30년 세월을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기도의 힘이 컸다는 혜은이는 "기도의 힘이 아니었다면 자살을 해도 몇 번은 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한테 상처는 주지 말아야지' 했다. 다른 거로 상처를 줄 수는 있지만, 엄마가 자살했다는 이런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정덕희 시인을 만난 혜은이는 "엄마는 내가 모진 풍파를 겪은 것을 보고 가셔서 너무 죄송하고, 나중에는 집을 빚 때문에 뺏겼는데, 엄마 집까지 뺏겼다. 엄마가 가실 데가 없었고,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그래도 어딘가에 가 계셔야 하니까 숙박업소 중에서도 좀 좋지 않은 곳에서 몇 개월 계셨다. 그게 김동현 씨와 결혼하고 나서다. 참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엄마한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며 슬퍼했다.
이어 "나도 도망도 가 보고, 죽으러 한강에도 가 보고, 약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그 약을 얼마나 오래 가지고 다녔는지 나중에는 가루가 돼서 다 없어졌더라"고 고백했다.
정덕희는 "혜은이를 사랑해줘야 한다"고 했고, 혜은이는 "이제는 그러고 싶다. 지금까지 그렇게 못한 게 억울하다"며 "이혼하고 법원에서 나오는데 '미안해'라는 말이 입언저리까지 나오는데 입이 안 떨어졌다. 말은 안 했고, 나중에 김동현 씨랑 통화하면서 '미안해'라고 했다"며 눈물을 닦았다. 
혜은이는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만 살아, 그만해' 자꾸 그런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잘하지 못해서 그 사람이 잘못될 수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내조라는게 뭐냐. '너희 아내 지독해' 그런 소리를 들어도 내조를 잘했다면 내 남편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다. 김동현 씨는 너무 착한 사람이다. 악한 사람 같으면 그렇게 안 했다. 잘 살 거다. 잘 될 거다"라며 전 남편의 행복을 빌었다.
제작진이 "사실은 혜은이 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을 것 같았다"고 하자, 혜은이는 "난 정말 듣기 싫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김동현 씨한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해서 '그래도 댓글에 넌 좋게 써 놨더라'고 하더라. 그런 소리하는 게 너무 미웠다. 부부가 무슨 경쟁자냐, 그냥 모르는 척 가만히 있어 주면 좋은데 위로한답시고, 그러면 정말 속상했다"며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 
힘든 시절을 훌훌 털고 최근 신곡 '그래'를 발표한 혜은이는 "우리 딸이 나한테 '누구의 부인도 아닌 누구의 엄마도 아닌 가수 혜은이로 행복하게 살아' 그러더라. 내가 꿈이 있었나, 꿈을 꾼 적이 있었나 싶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꿈을 꾸고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딸 아이의 메시지를 보고 많을 것을 느꼈다"고 했다. 
혜은이의 팬클럽은 가수 혜은이를 위해 정성 가득한 손편지를 전했다. 이 편지를 읽던 혜은이는 "울기 싫었다. 안 울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정말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주는 팬들이 이런 글을 써서 주니까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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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생다큐 마이웨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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