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의 역설, 시범경기 상위권→PS 진출…올해는 어떨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5.01 06: 52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달갑지 않은 수식어 중 하나는 ‘봄데’다.
‘봄데’는 봄에만 잘하는 롯데란 뜻이다. 봄에 열리는 시범경기에서는 호성적을 거두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시범경기보다 못한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다. 3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했고, 프로야구 원년멤버이지만 아직 정규시즌 1위를 해보지 못한, 롯데를 향한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롯데에 붙는 달갑지 않은 별칭 중 하나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롯데는 봄에 잘했던 시즌에는 대체적으로 가을까지 야구를 했다는 결론이다. 시범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3년부터 2019년까지 열린 37차례의 시범경기에서 롯데는 역대 11차례 1위를 차지했다(1999~2000년 양대리그 시절 포함). 이 중 7번의 시즌에서 시범경기의 기세를 정규시즌까지 이어가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봄데'라는 비하는 성립하지 않았다. 


이 날 경기에서 롯데는 11-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경기를 마치고 롯데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rumi@osen.co.kr

1992년 시즌이 대표적이다. 시범경기에서 6승2패 3무로 1위를 기록했고 정규시즌에서는 71승 55패를 거두며 3위에 안착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롯데는 이후 ‘안경 에이스’ 염종석과 ‘슈퍼 베이비’ 박동희 원투펀치를 앞세워 승승장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기도 하다.
물론, ‘봄데’의 뜻이 현실이 된 시즌도 있었다. 1997년 시범경기를 7승2패 1무, 1위로 마무리 했지만 정규시즌은 48승77패 1무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무르기도 했다. 
범위를 더 좁히면 롯데의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 성적의 연장선이었다. 최근 롯데의 전력이 가장 안정됐던 시기로 꼽히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양승호 감독이 사령탑에 앉았던 5시즌 동안 시범경기 1위 3번(2009~2011년), 3위 1번(2008년)을 기록했다. 이 5시즌 동안 롯데는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시범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 지었고 정규시즌에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후에는 반대였다. 2012년(시범경기 최하위→정규시즌 4위), 2017년(시범경기 8위→정규시즌 3위)을 제외하면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면 정규시즌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봄부터 시들시들했고 여름에 무기력했으며 가을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 개막이 5월5일로 늦춰지고 시범경기는 취소된 올해, 시범경기를 대체하기 위해 당일치기 이동이 가능한 인접 구단들끼리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시범경기를 대체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롯데는 현재까지 치른 5차례 연습경기에서 롯데는 4승1패의 호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모든 구단과 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정식 시범경기가 아니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시범경기에서 기세등등했던 모습을 정규시즌에서도 보여준다는 최근의 법칙들이 올해 이어진다면 올 가을, 지난해 최하위의 오명을 씻어내는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터 출신 성민규 단장이 부임해 선진 데이터 야구의 방법론을 팀에 이식시키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부임한 허문회 감독은 데이터 야구에 대한 이해와 해박한 지식, 확고한 야구관을 선수단에 이식시키고 있다. 허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모든 포지션에서 편견과 색안경을 걷어내고 선수들을 평가하고 경쟁을 시키며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허 감독은 부임 이후 연습경기까지 줄곧 가을야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최하위를 했던 팀이었고, 3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다. 리빌딩이란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올해는 야구를 오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연 시범경기의 기운이 좋은 올해, 롯데는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롯데 역대 시범경기 성적 및 정규시즌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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