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우선+반쪽 NO' 허문회의 포수관, 성적+성장 모두 잡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5.06 13: 02

흔들리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10년 간의 프로 생활, 그리고 아마야구부터 프로까지 15년이 넘는 시간을 코치로 지내며 자신만의 야구 철학들을 정립했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야구관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리고 이를 롯데 감독 자리에 오르면서 하나 둘씩 선수들에게 철학들을 전수하고 있다. 일종의 방향성이다. 허문회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에게 자신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다.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꼽히던 포수 자리를 정하는 데에서도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야구관과 철학을 녹여내 확실한 포수관을 만들었다. 그는 경쟁 체제 속에서 수비력을 강조하며 포수진에게 메시지를 줬다. 그리고 이는 흔들리지 않았고 일관적이었다.

경기에 앞서 롯데 정보근, 지성준이 훈련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결국 롯데의 개막 엔트리에는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지성준이 제외되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성준은 공격 쪽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 일단 정보근과 김준태로 개막을 맞이했고, 정보근이 입단 3년 만에 개막전 선발 마스크를 썼다. 블로킹과 프레이밍, 송구 능력으로 대변하는 수비력에서 가장 앞선다는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있었고 자신만의 야구적인 생각들을 잘 정립해 놓은 선수로 칭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든 면이 허문회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김준태 역시 수비적인 면에서 모두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포수 엔트리에 관해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그는 “수비력을 중시했다. 지성준은 공격 능력이 좋지만 블로킹 등 수비는 더 다듬어야 한다”며 정보근과 김준태를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키고 지성준을 제외시킨 이유를 우선 전했다.
지성준을 향해서는 다소 냉정한 잣대를 놓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허문회 감독은 길게 영위하지 못했던 프로 선수 생활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으로 지성준을 따로 불러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이유를 납득시키고 설득시켰다.
그는 “나 같은 선수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도 유망주 시절이 있었지만 공격보다 수비를 못해서 대타로면 현역 10년을 대타로만 보냈다. 반쪽 짜리 선수 만드는 것이 싫었다”면서 “지성준에게 ‘너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너는 훌륭한 타격을 갖고 있지만 수비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밝혔다.
허문회 감독은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팀의 미래도 동시에 생각했다. 1군 포수진의 안정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포수진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하는 먼 미래까지 생각했다. 그는 “벤치에서 대타로 기용하면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선수에게는 결국 안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단편적으로 활용한다면 2~3년 후 선수의 미래를 보기는 쉽지 않다”면서 “나는 3년 계약을 했지만 팀은 10~20년을 내다봐야 한다. 팀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선택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근과 김준태 등 수비력에서 우위를 가진 포수로 시즌을 시작한 뒤, 지성준의 수비력이 보완이 된다면 얼마든지 불러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성준이 수비력을 보완한다면 팀 뿐만 아니라 선수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다. 좋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언제든 1군으로 부를 것이다”며 힘주어 말했다.
일단 정보근 체제로 시작한 개막전은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정보근은 도루 저지, 블로킹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었다. 결과도 7-2의 역전승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 됐다. 
과연 허문회 감독이 세운 흔들리지 않는 포수관으로 내린 당장의 선택이 팀의 성적, 그리고 팀의 미래를 위한 선수의 성장까지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
5일 오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wiz와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 개막전에 앞서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가졌다.롯데 허문회 감독이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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