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차 드래프트가 끝나고, 류중일 LG 감독은 정근우에 대해 “2루수로 활용하려고 영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말 스프링캠프 출국장에서 정근우는 “2루수 글러브만 챙겼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5일 잠실구장. 코로나19로 한 달 이상 미뤄진 2020시즌 개막전. 정근우는 LG 유니폼을 입고 두산과 개막전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한화 시절인 2018년 5월 31일 대전 NC전 이후 705일 만이었다.
청백전, 연습경기에서 2루수로 뛰었음에도 정근우는 “경기 초반에는 긴장했다”고 했다. 베테랑도 개막전의 부담감에 눌린 것. 무관중 경기가 오히려 도움이 됐을지도.
![[사진] SBS 중계 화면](https://file.osen.co.kr/article/2020/05/06/202005060133777421_5eb19cdfd0c77.png)
3회초 1사, 박건우의 타구가 총알같이 2루 베이스 옆으로 원바운드 되며 날아갔다. 정근우는 쏜살같이 달려가 다이빙캐치, 글러브에 타구가 빨려들어갔다. 잡고 난 뒤 후속 동작도 재빠르고 깔끔했다. 벌떡 일어나 1루로 던져 여유있게 아웃. 2018시즌 1루 악송구가 많았던 것은 기우였다.
정근우는 경기 후 “다이빙캐치 하나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호수비는 이후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흐름을 LG로 가져왔다. 3회초 호수비 후 3회말 정근우는 2사 후 좌중간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현수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LG는 3-0으로 달아났다. 호수비 후 안타로 찬스를 만들어 추가 득점을 이끌었다.
정근우는 4회초 1-3으로 추격당하고 무사 1루에서 김재호의 직선타구를 잡아 1루 주자까지 더블 아웃시켰다. 이날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차우찬은 “근우형의 호수비가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동안 LG의 2루수는 가장 취약 포지션이었다. 정주현이 2년간 주전으로 어느 정도 메워줬으나 아쉬움은 있었다. 3회 정근우의 다이빙캐치는 ‘플레이 오브 더 게임’으로 손색이 없는 장면이었다. 오지환도, 라모스도 글러브를 낀 채로 박수를 보냈다. 덕아웃에 있던 유지현 수석코치는 모자를 벗어 들고 정근우를 향해 살짝 흔들며 경의를 표했다.
지난해 정근우는 한화에서 세대 교체를 위해 정은원에게 2루수 자리를 넘겨주고 입지가 애매해졌다.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으나 부상까지 겹쳐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LG 이적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개막전 예전 못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주며 스스로도 자신감을 챙겼다.
정근우가 2루수로 풀타임을 뛰기는 체력적으로 버거울 것이다. 정주현과 번갈아 뛴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막전, 2루수로 돌아온 정근우는 가장 이상적인 공수 활약을 보여줬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