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모습 보이기 싫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2019시즌 최상의 공력력을 자랑했다. 팀 타율(.282) 1위, 팀 홈런 (112개) 3위, 팀 도루(110개) 2위를 앞세워 팀 득점 1위(782점)를 차지했다.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제리 샌즈까지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한 명이 빠져 있었다. 베테랑 이택근이었다. 후배 폭행 문제로 징계를 받았고, 1년을 통째로 근신했다.
그대로 불명예 은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야구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고 1년을 버텼다. 이택근은 지난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 정식 복귀했다. 2018년 10월 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570일 만에 이루어진 복귀이다. 5번 지명타자로 타순에 이름을 넣었다.

우리 나이로 41살의 나이에도 클린업트리오에 들어갔다. 그만한 이유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2회 첫 타석에서 KIA 양현종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날리고 이지영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했다. 4회에는 1타점짜리 적시타를 터트려 양현종을 무너뜨리는 일등공신이었다.
이택근이 5번 타순에 포진하면서 키움의 공격력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샌즈의 공백을 테일러 모터가 100% 메우기는 힘들다. 대신 모터의 수비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이택근의 공격력에 크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었다. 개막 뚜껑을 열자 절실함으로 무장한 이택근은 키플레이어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경기후 이택근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며 있었던 일을 말하기도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변명하는 것 조차도 상황이 좋게 될 일이 없다. 야구밖에 할 것이 없었다. 최선 다해서 좋은 결과 내는 것 말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쉬면서 멘탈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노력한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타석에서 단순해지려고 노력했다. 망설이지 않으려 많은 준비를 했다. 그리고 트레이닝에 변화를 주었다. 나이 먹고 쉬어 노쇠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려 1년 동안 열심히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떠난 모습을 비쳐주기 싫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나이들고 1년 쉬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를 했다. 5번이든 9번이든 타순은 의미가 없다. 팬과 사람들에게 비쳐지는 모습 등 개인보다는 우승이 먼저 되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할 생각이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