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난리 통에도 ‘정주행’, 기아차 국내사업엔 어떤 비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5.07 09: 37

 예측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면 놀랄 일이 없다. 세계 경제를 일시정지 시킨 ‘코로나19’의 여파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누구나 예견했다. 그런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 곳이 있다. 기아자동차의 내수 부문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달 내수와 수출을 합쳐 13만 4,216대를 팔았다. 국내 시장에서 5만 361대, 해외 시장에서 8만 3,855대가 팔렸다. 같은 기아차 엠블럼을 달고 있지만 굳이 내수와 수출을 나누는 이유는 마케팅 시스템이 완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의 내수 시장은 별도의 ‘국내사업본부’가 독자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수출 실적은 예상대로였다. 글로벌 경제가 올스톱 된 상태인지라 전년동월 대비 54.9%가 빠졌다. 작년 4월에는 18만 5,943대를 선적한 기아차였다.

신형 쏘렌토.

그런데 내수 시장은 달랐다. 작년 4월 4만 2,000대가 팔렸는데 올 4월은 5만 361대가 팔렸다. 19.9%의 놀라운 성장세다. 3월 판매 실적 5만 1,008대와 비교해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1.3%) 코로나19의 여파라고 꼬집을 정도는 아니다.
지난 해 기아차는 국내에서 52만 205대를 팔았다. 월 평균 4만 3,350대 꼴이다. 판매추이에는 뚜렷한 흐름이 있었다. 연초 월 3만 후반대에서 시작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4만 후반대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 흐름은 새해 들어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1, 2월은 전통적 비수기라 논외로 하고 3, 4월 두 달 연속 월 5만 대를 넘어서고 있다. 작년에는 5만 대를 넘긴 달이 한 번도 없었다.
소비자들은 경제 위기가 예견되면 소비를 더 깐깐하게 한다. 전체적인 지출을 줄이고, 상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가장 효용이 높은 쪽을 택한다. 2020년 4월이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위기 상황이 맞다면 이 시기에 기아차를 선택한 소비자 행동에는 분명 메시지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현상은 ‘신차 효과’다. 페이스리프트이든 풀체인지이든 신차만 나오면 연신 대박을 치고 있다. 신차가 시장에 풀리기 전 달과 그 이후 판매량은 기본이 두 배다. 가까운 예로 ‘쏘렌토’를 보면 지난 해 월 평균 4,360대가 팔렸다. 지난 3월 중순 풀체인지 된 ‘신형 쏘렌토’는 4월 한 달간 9,270대가 팔렸다.
신형 K5.
작년 월 평균 3,305대가 팔린 K5는 올해 4달간 월 평균 7,135대씩을 팔았다.
셀토스에는 강력한 경쟁차종이 나타나자 판매량이 되레 급등하는 기현상도 생겼다. 작년 중반에 출시된 셀토스는 신차 효과를 등에 업어 작년 6개월간 월 평균 5,333대를 팔았다. 그런데 신차효과를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는 지난 3, 4월 두 달간은 6,035대, 5,597대를 팔았다. 이 시기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라는 경쟁자가 시장에 풀렸다.
시장을 주도하는 확실한 대표주자군이 생겼다는 점도 실적향상에 기여했다. 9,270대가 팔린 쏘렌토, 7,953대를 팔아 치운 K5, 5,597대가 팔려 나간 셀토스는 기아차 실적을 이끄는 삼두마차가 됐다.
기아차 셀토스.
기아차 내부적으로는 생산 케파 조절을 통해 출고 적체를 해소한 점도 긍정적 효과를 냈다. 
국내사업본부의 발 빠른 코로나19 대응책도 평가받아 마땅하다. 권혁호 부사장이 이끄는 국내사업본부는 일찌감치 비대면(언택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갔다. 신형 쏘렌토 출시 행사를 온라인 상에서 펼쳐 미디어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출시 행사를 영상으로 지켜볼 수 있게 했고, 기아 빅(VIK) 어플 같은 온라인-모바일 소통창구를 활용해 전시장을 찾지 않더라도 차량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신차의 상품성이 바탕이 됐고, 언택트 프로모션을 미리 준비한 게 상승작용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상품성으로 보답하겠다는 진정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고 좀더 밀접하게 소통하는 자세로 시장에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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