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개막시리즈 3연승을 거둔 롯데 자이언츠다. 그리고 3승의 결이 모두 달랐다. 다채로운 패턴으로 승리를 거뒀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롯데는 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5일(7-2), 6일(9-4)에 이어 개막 3연승을 달렸다. 지난 2007년 이후 첫 개막 3연전 시리즈 스윕이었다.
허문회 신임 감독 체제 아래에서 여러모로 달라진 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안정된 경기력은 기본이었고 하나의 승리 공식만으로 팀이 굴러가지 않았다. 3연승의 경기 마다 결이 달랐고, 그 3승을 이끌어 낸 원동력 한 명의 선수가 일궈내지 않았다. 난관에 봉착해도 이를 극복하는 방식들이 달랐고, 각기 다른 상황마다 대처하는 방식 역시 다채로웠다. 허문회 감독이 부임 이후 자신했던 부분, 그리고 선수들을 향한 믿음이 고스란히 경기력에 녹아서 드러났다. 롯데의 개막 3연전 승리 공식들을 복기해보면 롯데의 달라진 부분을 확인해보자.

#1. 5월 5일, 대등했던 선발 싸움-타선 뒷심으로 역전극
선발 투수로 댄 스트레일리를 내세운 롯데였고, KT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상대했다. 선발 싸움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렀다. 데스파이네가 6이닝 4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허리 담 증세로 개막전 선발로 뒤늦게 결정된 스트레일리는 데스파이네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5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준수했다. 경기 초반 롯데는 타선이 데스파이네에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후 어느 정도 공략을 했고, 스트레일리도 안정을 찾아가면서 선발 싸움을 대등하게 이끌었다.

그리고 데스파이네가 내려간 뒤 타선이 뒷심을 발휘했다. 하위 타선에서 제대로 폭탄이 터졌다. 1-2로 뒤지던 7회초 안치홍과 정훈이 연속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고 딕슨 마차도가 KT 김재윤을 두들겨 좌월 역전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왔다. 앞선 6회말 강백호에게 솔로포를 허용해 뒤졌지만 곧장 뒷심을 발휘해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8회초 전준우의 투런포와 정훈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반을 완벽히 지배했다.
#2. 5월 6일, 선발싸움 완전히 압도해 일찌감치 승기 획득
선발 투수로 데뷔 2년차 서준원을 내세운 롯데. KT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발 투수로 나섰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상대해야 했던 롯데 타선이었지만 이번에는 쿠에바스를 첫 3이닝 동안 두들겼다. 1회 손아섭의 적시타로 1점, 그리고 3회 정훈의 스리런 홈런 포함해 대거 5점 빅이닝을 뽑아내며 쿠에바스를 5이닝(6실점) 만에 끌어내렸다. 그리고 서준원은 경기를 난타전 흐름으로 끌고가지 않고 마운드에서 안정을 지켰다. 6이닝 83구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버티며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선발 싸움을 압도한 롯데가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3. 5월 7일, 박세웅 조기 강판 완벽히 수습한 불펜, 감독 용병술도 적중
개막 3연전의 최대 고비이기도 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기였다. 팀 내에서 컨디션과 구위가 최고 좋았던 박세웅을 내세워 스윕을 내심 노렸다. 하지만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박세웅이 자체 청백전과 타구단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세웅은 타선이 2회초 1점을 냈지만 2회말 곧장 2점을 허용해 역전을 내줬고 5회에도 폭투로 추가 실점했다. 결국 5회를 넘기지 못하고 4⅔이닝 87구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 강판을 당했다.
그러나 뒤이어 올라온 박진형이 5회 2사 2루 위기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 위기를 증폭시키지 않았다. 이후 오현택은 6회 무사 2루에서 올라와 1이닝을 틀어막았다.
7회부터는 허문회 감독의 용병술과 불펜진의 호투가 조화를 이뤘다. 앞선 2경기 야수진 교체가 없었지만 허문회 감독이었지만 이날 1-3으로 뒤진 7회초, 선두 정보근 타석 때 추재현을 대타로 내세웠다. 추재현은 전력질주로 유격수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첫 대타 작전의 성공으로 경기의 기류가 바뀌었다. 민병헌이 좌전안타로 기회를 이었다. 전준우가 삼진을 당했지만 손아섭이 3점포를 터뜨려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초 역시 인상적이었다. 허문회 감독의 뚝심이 빛났다. 정훈의 내야안타와 마차도의 희생번트 때 상대 실책이 나와 무사 1,2루의 상황이 됐다. 한동희의 타석이었고 1점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번트 작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한동희를 믿고 강공으로 밀어붙였고 결과는 좌전 적시타였다. 5-3, 2점 차로 달아났다.
그리고 9회에는 앞서 한동희의 대주자로 출장했던 김동한이 2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그 사이 오현택 이후 올라온 구승민, 진명호, 김원중 모두 호투했다. 추재현과 김동한이라는 백업진이 활약했고 감독의 작전도 통했다. 불펜진은 4⅓이닝 1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선발 조기 강판 변수를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아직 개막 3경기만 치렀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다. 롯데는 분명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용하지만 확고했던 허문회 감독의 야구관과 철학이 팀에 확실하게 스며들었다. 과연 롯데는 지금의 모습, 그리고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공식들을 만들어가면서 달라진 모습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