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km 체인지업과 143km 슬라이더 효과일까?
두근두근 시즌 첫 경기. 등판하자마자 4점을 내주었다. 3개의 볼넷, 3개의 피안타.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직구, 슬라이더에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도 마찬가지였다. 위기에 몰리자 스윽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려다 득점타를 맞았다. 스스로 실망한 듯 얼굴을 찌뿌렸다. '겨우내 준비했던 것이 이것 뿐이 안되나'라는 표정이었다.
지난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키움 히어로즈 상대로 개막 첫 선발등판한 KIA 우완 이민우의 1회초 성적이었다. KIA 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와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올랐다. 서재응 코치는 일찌감치 3선발의 임무를 부여했다. 개막 2연패의 팀 분위기도 있었다. 1회의 투구는 분명 그 기대와는 멀었다.

타자들의 1회말 공격이 시작되고 더그아웃에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2회부터는 완전히 달라진 헐크 투수가 되었다. 맷 윌리엄스 감독과 코치들이 기대했던 투구였다. 2회부터 6회 2사까지 단 2안타(모두 2루타)만 내주는 위력을 발휘했다. 키움의 강력한 타선을 힘으로 잠재웠다. KIA는 8-5로 역전승했다.
직구의 구위와 각 구종의 스피드가 확연히 달라졌다. 1회 140km대 초중반이던 직구의 구속이 최고 149km(평균 144km)까지 찍었다. 고속 슬라이더와 고속 체인지업의 위력이 남달랐다. 슬라이더(24개)는 143km를 찍었고, 체인지업(24개)은 142km까지 나왔다. 이민우는 포크를 버리고 대신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구종의 선택지가 그만큼 넓어졌다. 직구처럼 빠르게 들어오다 횡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종으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궤적에 키움 타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커브도 5개를 던졌다. 포피치로 상대하자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 확률이 그만큼 줄었다.
1회의 제구난조는 분명한 숙제였다. 그럼에도 이민우가 첫 선발등판에서 보여준 것은 이전과는 달랐다. 윌리엄스 감독도 "이민우가 1회 4점을 내주었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윌리엄스 감독의 목소리에는 이민우의 다음 등판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