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가 시작돼 기쁘고 뛰게 되어서 행복하다."
대구FC는 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개막전 원정 경기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0-0으로 비겼다.
올 시즌 K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두 달 이상 연기됐다. 지난달 들어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면서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 기지개를 켰다.

대구는 인천 원정서 얻은 승점 1 외에도 한 가지 수확을 더 얻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입은 데얀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한국 나이로 불혹인 그는 후반 27분만 소화하고도 존재감을 뽐냈다. 3개의 슈팅을 모두 골문 안으로 보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과 2선을 넘나들며 기회를 창출했다. 경기 막판엔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볼운반을 했을 정도로 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간결한 패스와 유려한 몸놀림도 여전했다.
데얀은 경기 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서 “4개월 만에 다시 돌아오게 돼서 기쁘다. 코로나가 진정되어서 다행이다. 실전감각이 떨어진 상황서 경기하니 수비적이고 조심스러웠다. 부상 없이 마쳐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이다. 데얀은 "대구뿐 아니라 한국 전체적으로 굉장히 위험했다. 대구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무서웠다. 구단에서 케어를 잘 해줬다. 프로선수라 공인의 입장에서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클럽의 지침을 잘 따르려고 했다. 그동안 지루했지만 지난 몇 주간 진정세에 접어들었고 리그가 시작돼 기쁘다”고 했다.
데얀의 조국인 몬테네그로에선 올 시즌 K리그 중계권을 사며 관심을 보였다. 데얀은 "동유럽의 몇 국가들이 K리그 중계권을 사서 잘 지켜보고 있다. 리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한국이 어떻게 코로나에 잘 대처했는지 많이 물어본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한국이 축구를 시작해서 대단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대답한다. 믿을 수 없다고 계속 얘기한다”고 말했다.
무관중으로 개막전을 치른 데얀은 "굉장히 이상했다. 무관중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벤치에서 준비할 때부터 이상했다. 팬심이 높은 인천 팬들이 없는 것도 이상했고, 경기장에 들어갈 때 발열 체크를 하는 것도 특이했다”면서도 "뛰게 되어서 행복하다. 리그가 잘 치러지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면 언젠가는 유관중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긍정을 노래했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