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
성남FC가 광주FC를 꺾으면서 '진공청소기' 김남일 감독이 43살 동갑내기 '꾀돌이' 박진섭 감독보다 먼저 웃었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광주와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멀티골을 몰아친 양동현의 활약을 앞세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5/09/202005092050774546_5eb69c177966a.jpg)
이로써 김 감독은 사령탑 프로 데뷔전에서 승리를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김 감독은 선수생활 은퇴 후 2017년부터 장쑤 쑤닝, 남자국가대표팀,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작년 12월 성남에 부임했다.
특히 이날 김 감독은 초보 감독 답지 않은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22세 이하 선수인 최지묵(22)을 선발 11명 중 한 명으로 내세운 김 감독은 어느 정도 승리가 굳어진 후반 29분에는 2001년생 홍시후(19)까지 투입하는 과감함을 보여줘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냈다.
반면 박진섭 감독은 K리그1 데뷔전에서 친구이자 라이벌에게 아픔을 겪었다. 2018년부터 광주를 맡고 있는 박 감독은 지난 시즌 광주를 K리그2 우승으로 끌어올리며 K리그1 직행에 성공했다. 그런 만큼 이날 K리그1 감독 데뷔전까지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초보 김남일 감독에게 패하면서 K리그1 데뷔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수비수형 미드필더 출신인 김 감독과 박 감독은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자주 비교 대상이 됐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진공청소기처럼 상대를 잘 막는다"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어 인기를 누렸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 두뇌플레이가 뛰어나고 상대에게 돌파를 당해도 커버플레이가 능해 '꾀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는 지난 시즌 광주를 선두로 이끄는 지도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박 감독은 친구이자 후배 감독에게 K리그1 벽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절치부심할 박 감독이 이날 패배를 어떻게 만회해 나갈지 흥미롭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