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잡은 투수, 마운드에 선 타자...개막 첫주부터 핫하네! [오!쎈 이슈]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0.05.10 10: 32

파격의 연속이다. 프로야구 개막 첫주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되며 야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는 방망이에도 꽤 소질이 있다.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이었던 라이블리는 사이영상 출신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허삼영 감독은 "라이블리의 타자 기용 가능성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타고난 재능을 가만히 놔둘 이유는 없다. 라이블리가 재미 삼아 타격 훈련을 하는 건 아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고 언제든지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허삼영 감독은 이어 "144경기 체제에서 변수가 다양하다. 12회 연장 승부 또는 더블헤더 등 특수한 상황에서 기용할 수도 있다. 정규 이닝에 타자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라이블리는 "한국에서는 당연히 던지는 게 무조건 우선이고 타격 훈련을 자주 할 수 없지만 자주 못 하는 만큼 타격 훈련할 때 굉장히 진지하게 임하고 최선을 다한다.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삼진을 당하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블리의 타자 데뷔전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7일 대구 NC전서 드디어 첫선을 보였다. 삼성은 2-8로 뒤진 9회 2사 1,3루 상황에서 라이블리를 대타로 내세웠다. 
지명타자 김동엽이 좌익수로 투입되면서 지명타자가 없어졌다. 벤치에는 남은 타자도 없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라이블리는 NC 두 번째 투수 홍성무와 볼카운트 0B1S에서 2구째를 건드렸으나 2루 뜬공으로 아웃되고 말았다. 
라이블리 대타 기용의 후폭풍은 거셌다. 개막 3연전 모두 내줬기에 팬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8일 KIA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구자욱이 8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주루 플레이 도중 근육 경련이 왔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가 필요하다는 트레이닝 파트의 의견을 존중해 부득이하게 김동엽을 좌익수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허삼영 감독은 이어 "선수를 보호하는 건 감독의 책임이자 의무다. 라이블리의 대타는 계획했던 부분이 아니다. 김대우보다 타격 능력이 좋으니 라이블리를 기용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9일 대구 삼성-KIA전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KIA 내야수 황윤호가 마운드에 오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2-14로 크게 뒤진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변시원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황윤호는 박해민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하며 위기를 잠재웠다. 직구 최고 구속은 125km. 구단 관계자는 "이틀 연속 계투진의 소모가 크다 보니 황윤호를 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이틀 연속 덜미를 잡힌 KIA는 누가 봐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황윤호의 투수 기용에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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