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판 선동렬, 10년 전 '숙취 퍼펙트게임' 고백한 투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5.11 05: 34

전설의 ‘국보급 투수’ 선동렬(57)에 얽힌 일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해태 시절이었던 지난 1987년 9월2일 잠실 MBC전을 하루 앞두고 선동렬은 고려대 동기동창인 상대팀 선발투수 정삼흠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당시 최고 투수 선동렬을 무너뜨리기 위한 MBC의 ‘물귀신’ 작전으로 알려졌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선동렬은 다음날 멀쩡하게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며 해태의 5-0 완승을 이끌었다. 숙취도 막을 수 없는 국보급 투수의 무용담처럼 지금까지 남아있다. 
메이저리그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재는 은퇴한 좌완 투수 댈러스 브레이든(37)이 그 주인공.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지난 2010년 5월10일(이하 한국시간)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이었던 브레이든은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6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역대 19번째 기록. 

[사진] 2010년 5월10일(한국시간)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댈러스 브레이든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로부터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퍼펙트 게임 10주년을 맞아 브레이든은 당시 털어놓지 못한 사연을 뒤늦게 고백했다.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브레이든은 “그날 숙취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브레이든은 “원래 선발등판 전날 하지 않는 게 있다. 술자리에 참석하거나 술을 마시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날은 어머니의 날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꽤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고 퍼펙트 전날 밤을 떠올렸다. 
[사진] 2010년 5월10일(한국시간)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댈러스 브레이든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교 시절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브레이든은 어머니의 날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술을 입에 댔다. 당시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8분 낮에 시작됐다. 숙취 여파로 경기장에 지각한 브레이든은 2시간 7분 만에 퍼펙트 게임으로 끝냈다. 경기 후 덕아웃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와 오랜 시간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브레이든이었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짧았다. 2007년 빅리그 데뷔 후 2011년까지 오클랜드에서 5년간 통산 94경기 26승36패 평균자책점 4.16의 성적을 남겼다. 2012년부터 어깨 부상으로 고생하며 2년간 등판하지 못했고, 2014년 1월 은퇴한 뒤 현재는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서 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한편 브레이든 전에도 메이저리그에는 ‘숙취 퍼펙트 게임’ 투수가 있었다. 지난 1998년 5월18일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던 데이비드 웰스가 미네소타 트윈스전 홈경기에서 9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대 15번째 퍼펙트 게임 기록을 세웠다. 2003년 자서전을 통해 웰스는 전날 밤 파티에서 새벽 5시 넘어서까지 과음했고, 숙취 상태에서 기록을 세웠다고 고백했다. 당시 경기도 오후 1시36분 낮에 시작됐다. /waw@osen.co.kr
[사진] 1998년 5월18일(한국시간) 퍼펙트 게임 달성 후 기뻐하는 데이비드 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