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마운드에 복덩이가 떴다. 새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0)가 2경기 연속 인상적인 투구로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2경기 모두 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팀 승리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실력에 인성까지 겸비한 ‘복덩이 외국인’의 표본이다.
브룩스는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최고 151~152km 포심(22개) 투심(20개) 외에도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20개) 커브(3개) 등 변화구를 잘 구사했다.
볼끝 변화가 심한 투심으로 무수한 내야 땅볼 유도했고, 좌타자에 결정구로 쓴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정진호, 이성열, 하주석 등 한화 좌타자들이 브룩스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광주 키움전 5⅔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호투했다. 12⅔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42. 단 하나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은 제구력이 빛난다. 6이닝 이상 던진 투수 18명 중 유일한 무사사구다. 땅볼 아웃 18개, 뜬공 아웃 8개로 땅볼/뜬공 비율은 2.25에 달한다. 역시 리그 1위 기록.

이렇게 잘 던지고도 브룩스는 2경기 모두 승리를 놓쳤다. 2경기 연속 타선이 1득점 지원에 그친 탓이다. 키움전은 1회 1점을 얻은 뒤 브룩스가 던질 때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한화전은 7회까지 무득점으로 막히다 8회 나지완의 동점 솔로 홈런이 터졌다.
패전을 면했지만 승리를 얻지 못했다. 아쉬움이 있을 법도 했지만 브룩스는 나지완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팀 동료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선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선발 역할이다. 팀이 이기면 그저 행복하다”고 말했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애를 먹었다. 특히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던 제이콥 터너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선수단에 융화되지 못하며 성적도 부진했다. 반면 브룩스는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인성으로 빠르게 녹아들었다. 1회 마운드에 오를 때 심판에게 모자 벗어 인사하는 ‘한국식 예의범절’도 자연스럽게 지킨다.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브룩스는 “양현종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선수다. 그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려 한다. 한국야구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지난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할 만큼 ‘급’이 높은 선수이지만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배우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 2경기를 했지만 ‘대박 외인’ 느낌이 풍기는 브룩스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