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할 쳐도 괜찮다" 캡틴의 헌신과 폴더인사, 하나가 되는 롯데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5.14 05: 02

“난 1할을 쳐도 괜찮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캡틴’으로 뽑힌 민병헌(31)은 최근 유독 표정이 밝다. 일단 개인 성적이 훌륭하다. 7경기 타율 3할7푼9리(29타수 11안타) 1홈런 1타점 7득점 OPS 1.00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개인 성적 때문이 아니다. 일단 팀이 현재 6승1패로 파죽지세의 기세로 초반 리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
그는 개막을 앞두고 “내가 못해도 올해는 다른 선수들이 잘했으면 좋겠다. 욕심을 버렸다. 내가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밝은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며 팀을 위한 헌신의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최근 한 구단 관계자는 "민병헌이 '난 1할을 쳐도 괜찮으니까, 올해는 팀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끝내기 홈런을 날린 민병헌과 정훈이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민병헌은 지난 13일 사직 두산전 9-9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초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리며 팀의 10-9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은 뒤 민병헌은 취재진 앞에 섰다. 그 누구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전날(12일) 경기에서 개막 5연승이 중단이 됐고, 연승 후유증에 빠질 수 있는 경기였다. 상대 에이스(이영하)를 만나서도 난타전 분위기 속에서 끝내 고비를 이겨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상대도 에이스 투수이고 해서 고비가 올 뻔했는데, 위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이런 경기를 이겨줘야 힘을 받아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안도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분위기는 더할나위 없다. 선수들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는 “재밌다.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하는 것 같아서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매 경기 집중력도 흐트러지지 않고 하는 것도 좋다. 부상만 조심하면 될 것 같다”면서 “선수들 모두 눈치보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지금 우리 팀의 원동력이다. 못하더라도 자기 탓이 아니라 상대방이 더 잘한 것이라고 칭찬하면 된다. 감독님께서 가장 주문하신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끝내기 홈런 역시 허문회 감독이 강조한 주문들을 이행한 결과다. 그는 “홈런도 마찬가지다. 첫 타자라 기다려야 할지, 휘둘러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휘둘렀더니 잘 맞아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선수들이 편안하게 야구만 즐길 수 있도록 캡틴은 바쁘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겸손했다. 민병헌은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가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있고 신경쓰고 있다”면서도 “주장을 하는 것이 편하다. 후배들도 잘 따라와주고 있고, 베테랑 형들도 본인이 잘 맞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고 팀을 위해서 신경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덕아웃에서 전준우와 함께 가장 많이 파이팅을 외치는 민병헌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들이 먼저 파이팅을 크게 외쳐야 어린 선수들도 같이 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먼저 하기엔 어렵기 때문에 먼저 화이팅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그는 덕아웃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온 선수들을 향해 90도 ‘폴더 인사’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후배, 외국인 선수 가리지 않았다. 그는 “감사하고 고맙다는 의미로 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계속 이기고 있으니까, 홈런 친 선수들이 있으면 계속 해야할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아직 섣부른 예상을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모두 롯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민병헌 스스로도 현재의 팀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도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사실 올 시즌 예상을 못하겠다. 하지만 중반까지 우리팀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면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우리 팀이 꼴찌였지 않나. 도전한다는 생각을 갖고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허문회 감독의 철학이 선수단에 완전히 스며들 수 있게끔 주장인 민병헌이 선수단에게 제대로 전달했고, 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그리고 민병헌은 자신을 헌신하면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롯데는 이렇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jhrae@osen.co.kr
9회말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롯데 민병헌이 끝내기 우월 솔로포를 날리고 홈을 밟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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