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에는 여러 서브 브랜드가 있지만 20년 뒤 벤츠의 중심엔 EQ가 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조동현 트레이너는 14일 ‘비전 EQS’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20년 뒤라는 시기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앰비션 2039(Ambition 2039)’를 기반으로 한다. 2039년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판매 차량 중 전기구동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장기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앰비션 2039’는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미션이다. 우리나라에도 순수 전기차 ‘더 뉴 EQC’를 출시했고, 하이브리드 E300e가 눈에 띄게 잘 팔리고 있으며 14일에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 ‘EQS’ 콘셉트도 공개했다.

SUV 대세인 트렌드를 따라 EQC가 먼저 시장에 풀렸지만, EQC와 EQS는 메르세데스-벤츠 전동화 전략을 이끌 두 기둥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동화 전략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모델이다.
우리나라 시장에 작년 10월 출시된 EQC는 ‘진보적인 럭셔리(Progressive Luxury)’라는 디자인 콘셉트 아래 개발됐다. 순수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미래지향의 이동수단이다. 내연기관을 탑재한 차량이 태생적으로 추구할 수 없는 이상을 전기차를 좇을 수 있다. 디자인을 좀더 공기역학적으로 할 수 있으며, 반자율주행을 거쳐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흐름도 전기차에서 구현하기가 용이하다.
그런데 EQC 디자인의 ‘진보적’이라는 단어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EQC를 접한 이들은 오히려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기존의 벤츠 라인업과 크게 이질적이지 않게 보이려는 노력이 앞선 듯 느껴지기도 한다.
주행 감성에서는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을 더욱 충실히 따르고 있다. 내연기관 벤츠를 타던 이들이 이질감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방침이 있었다. EQC를 타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쏟아내는 반응도 개발자들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빼놓고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수많은 SUV 라인업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들게 한다.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강조된 점도 이질감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전기모터로 돌아가는 중형 SUV도 드물지만 ‘더 뉴 EQC’만큼 역동적인 전기차도 드물다.
EQC는 차량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차축과 뒤 차축의 전기 구동장치가 각각 다른 특성을 갖도록 설계됐다. 앞 차축의 전기 모터는 저부하와 중간 부하 범위에서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고, 뒤 차축의 전기 모터는 역동성을 담당한다. 두 개의 모터는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78.0 kg.m를 발휘하며, 시속 0에서 100 km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1초다.
배터리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최신 80 kWh 리튬 이온 배터리로, 한번 충전에 309 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별도로 7.4 kW 용량의 온보드 차저(onboard charger)가 탑재돼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 완속(AC) 충전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 시 최대 110 kW의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EQC 400 4MATIC은 부가세 포함 1억 360만 원이다.

▲EQS, 진정한 진보적인 럭셔리
진정한 진보적인 럭셔리 디자인은 비전 EQS에서 확인이 된다. 표현의 한계가 없는 콘셉트카인지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EQS 디자인은 미래 모빌리티의 한 가운데와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작년 9월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된 차를 들여와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공개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수도권 최대 규모의 고양 전시장에 쇼케이스를 차렸다.
‘비전 EQS’는 한눈에 반할 디자인을 갖추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Q 모델에서 추구하는 ‘진보적인 럭셔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심산이 읽힌다.
비전 EQS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선’과 ‘빛’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흐르는 곡선이 전체 윤곽을 구성하는 가운데 ‘별을 닮은 빛’이 군데군데 밀집대형을 이루며 몽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전면부와 후면부에 집중된 빛의 군무는 차체 허리를 따라 라이트벨트(lightbelt)를 이룬다. 전면부 그릴부터 후면까지 차량의 표면이 끊김 없이 하나로 이어지다가 차량의 숄더 부위에서 색조가 분리되는데, 마치 검은 유리 판이 은색 차체 위에서 부유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강력한 퍼포먼스는 버릴 수 없는 덕목이지만 비전 EQS에서는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도 크게 돋보인다.
비전 EQS는 전륜과 후륜에 장착된 전기 모터와 차체 바닥에 일체화된 배터리로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했다. 차축에 따라 가변적으로 토크 분배가 이뤄지는 전자식 사륜 구동으로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469 마력(350kW) 이상의 출력과 77.5kg.m(760 Nm) 상당의 즉각적인 토크 덕분에 정지 상태부터 시속 100km까지 4.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지능형 구동 전략을 통해 1회 충전 시 전기 주행 거리가 최대 700km에 이르며, 350kW의 충전 출력에서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20분이면 된다. 이 정도면 전기차의 난제인 충전 이슈는 해결단계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비전 EQS가 선보이는 기술 플랫폼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완전 가변형 배터리 기반 전기 주행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확장 가능하고 다양한 모델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첨단 모듈형 시스템에 근간을 둔 이 플랫폼은 휠베이스와 트랙은 물론, 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 구성 요소를 가변적으로 각기 다른 차량 컨셉에 맞춰 적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면에서도 한발 진보했다. 비전 EQS는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레벨3의 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더불어 모듈식 센서 시스템을 채택해 향후 완전 자율 주행으로까지 자율 주행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직은 불편하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장점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편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안이 된다. 작년 11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순수전기차로 가는 과정에서 매우 현실적인 징검다리가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 ‘더 뉴 E 300 e 익스클루시브(The new E 300 e EXCLUSIVE)’는 전용충전기로 1시간 45분을 충전하면 약 31km를 순수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 하루 이용거리가 30km 미만이라면 휘발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아도 된다.
더 뉴 E 300 e 익스클루시브는 3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주행 성능과 효율성이 더 극대화됐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보다 강력해진 90 kW 전기 모터, 13.5 kWh로 증가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211마력, 최대 토크 35.7 kg.m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며 전기 모터는 122 마력의 최고 출력과 44.9 kg.m의 추가적인 최대 토크를 발휘해 약 320 마력의 시스템 합산 출력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설계된 자동 9단 변속기가 달렸다. 복합 연비는 전기 기준 2.5 km/kWh, 가솔린 기준 10.3 km/l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49g으로, 친환경성까지 겸비했다.
더 뉴 E 300 e 익스클루시브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850만 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