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선발로 전환한 LG 투수 정찬헌이 초반 실점을 딛고 퀄리티 스타트(QS)에 성공했다. 4264일 만에 QS였다.
정찬헌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더블 헤더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6이닝 동안 7피안타 3실점으로 QS를 기록했다. 2008년 9월 12일 목동 히어로즈전(7이닝 무실점) 이후 4264일 만이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지만 선발 몫을 해내 LG 역전승의 디딤돌이 됐다. LG는 8회 라모스의 동점 홈런 등 3점을 뽑아 5-3으로 승리했다.

비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다. 이날 107구를 던졌고, 6회까지 책임졌다. LG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은 정찬헌이 연투가 힘들다고 판단해 선발로 전환시켰다. 정찬헌은 데뷔 시절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선발 투수를 준비했다.
정찬헌은 시즌 첫 등판에서 두산 상대로 4이닝 5실점(3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이 2번째 선발. 1회 2사 후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가 아쉬웠다.
선두타자 박동원을 볼넷, 임병욱에게 3루쪽 기습 번트안타로 1,2루를 만들었다. (임병욱은 1루로 전력질주하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무사 1,2루에서 이택근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혜성의 3루쪽 기습번트 안타로 1,3루 위기가 계속됐고, 박준태 타석에서 폭투로 3점째를 내줬다.
3회 선두타자 이정후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병호를 또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사 1,2루에서 김규민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4~5회 투구 수가 늘어갔지만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얼굴 옆으로 총알같이 지나가는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박동원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이택근을 107구째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찬헌은 이날 최고 구속은 투심 143km로 빠르지는 않았다. 직구는 142km.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등 변화구를 60% 비중으로 던지면서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6이닝 3실점, 두 번째 선발 내용으로 나쁘진 않은 수치다.
경기 후 정찬헌은 "11년 만에 더블헤더였는데, 당시 중간으로 던졌던 거와 선발로 던지는 것은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랐다. 중간으로 던질 때는 1차전 못 던져도 2차전 잘 던지면 되지만, 선발은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1차전 켈리가 너무 잘 던져 팀이 승리해서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다. 투심을 많이 던졌고, 평소 안 던지던 슬라이더가 오늘 잘 들어갔다. 승리 투수냐 아니냐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던진 경기에 팀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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