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이승헌(22)이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미세한 두부 골절 및 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 롯데로선 패배보다 아픈 유망주의 사고다.
롯데는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3년차 우완 이승헌을 깜짝 투입했다. 지난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승헌은 196cm 장신에서 내리꽂는 140km대 강속구가 강점이다. 지난 1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 센터에서 캠프를 다녀올 만큼 롯데 구단에서 애지중지하며 관리하는 유망주다.
경기 전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승헌은 우리 팀 유망주로 2군에서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다. 2주 전부터 2군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선발로 계속 준비를 했다”며 “최대한 끌고 갈 것이다. 자기 공을 마음껏, 후회 없이 던졌으면 좋겠다”고 이승헌에게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5/17/202005171650775862_5ec0ecec02d08.png)
허문회 감독의 기대대로 이승헌은 자신 있게 공을 뿌렸다. 1~2회 2이닝을 공 20개로 6타자 연속 내야 땅볼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높은 타점에서 꽂히는 직구의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직구 최저 구속도 143km로 측정될 만큼 볼 스피드가 좋았다.
담대함도 빛났다. 이성열처럼 장타력이 있는 중심타자 상대로도 과감하게 몸쪽 직구 승부를 펼쳤다. 몸쪽 직구에 이어 떨어뜨리는 체인지업을 던지며 높낮이를 잘 활용했다. 3회 선두타자 최재훈도 몸쪽 145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수비 실책으로 첫 주자를 내보낸 뒤 장진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며 흔들린 이승헌은 정진호의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머리를 감싸쥐며 고통스러워한 이승헌은 앰뷸런스를 타고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CT 정밀검사 결과 미세한 두부 골절 및 출혈 소견을 받아 입원했다. 롯데 구단은 이승헌의 상태를 지켜본 뒤 부산으로 이송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승헌이 불의의 사고로 교체되자 경기는 크게 요동쳤다. 최고참 송승준이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하주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이성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롯데는 5회 딕슨 마차도의 솔로포, 8회 전준우의 투런포, 9회 한동희의 솔로포 등 홈런 3방이 차례로 터지며 4-4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1회 김대우의 끝내기 보크로 패했다.
롯데는 이번주 2연속 루징시리즈로 개막 5연승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당장의 1패보다 이승헌의 상태가 더 걱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선 2012년 브랜든 매카시, 2016년 맷 슈메이커가 타구에 맞아 두부 미세 골절을 입은 뒤 남은 시즌 한 달을 결장했다. 다행히 이듬해 시즌은 정상 복귀했지만 이승헌도 어느 정도 공백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선 1패보다 아픈 사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