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한 방이었다.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낼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이 나왔다.
롯데 내야수 한동희(21)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 7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9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3-4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구원투수 김진영의 3구째 몸쪽 높은 슬라이더를 힘껏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1호 홈런. 승부를 4-4 원점으로 만든 짜릿한 한 방이었다. 롯데 덕아웃에 있던 허문회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지만, 정작 홈런의 주인공인 한동희는 흥분하지 않았다. 묵묵히 베이스를 돌고 난 뒤 동료들의 축하에도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덕아웃 한켠에 앉은 한동희는 두 눈이 조금씩 붉어졌다. 팀 동료들이 다독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후 롯데 관계자는 “한동희가 운 것이 맞다.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에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경남고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롯데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는 공수를 갖춘 유망주를 주목받았다. 첫 해부터 1군에서 87경기를 뛰었다. 타율 2할3푼2리 4홈런 25타점을 기록했지만 실책 12개로 3루 수비가 불안했다.
2년차가 된 지난해는 59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할3리 2홈런 9타점에 그쳤다.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냈고, 수비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유망주였기에 더딘 성장세에 실망한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2018년 조원우 감독, 2019년 양상문 감독, 그리고 올해 허문회 감독까지. 입단 3년차에 3명의 감독을 거친 한동희는 올해도 개막전 선발 3루수로 시작했다. 감독들마다 모두 그의 재능과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올해도 개막 10경기에서 32타수 8안타 타율 2할5푼 2타점 2볼넷 9삼진에 그쳤다.
가뜩이나 타격이 안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수비까지 흔들렸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포구 실책을 범해 선취점을 내줬다. 14일 사직 두산전에서도 2루 주자에 시선이 빼앗기면서 1루 악송구를 범했다. 다시 한 번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이라 뼈아팠다.
17일 한화전에도 3회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뒤 1루 송구가 빗나가는 실책을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한동희의 실책 이후 투수 이승헌이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강습 타구에 맞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불상사까지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고였지만, 입단 동기의 시즌 첫 등판에 도움이 되지 못한 자책감도 컸을 것이다.
이런 복잡합 감정들이 뒤섞여 한동희가 극적인 동점포를 치고도 울컥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프로 3년차 만 21세의 어린 선수에겐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한동희에게 잊지 못할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으로 남을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