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원래 이 차의 이름이다. 제네시스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화되기 전, 현대차 ‘제네시스’는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그랬던 제네시스가 본 이름은 브랜드명으로 넘겨주고 대신 ‘G80’라는 ‘G’자 돌림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G80를 ‘그랜저’와 ‘G90’ 사이에 존재하는 차급으로 인지한다. 3.5 터보 기본가 5,907만 원짜리 이 차는 이런 배경 탓에 ‘제네시스’의 상징성을 함의하고 있다. 2020년 3월말에 출시된 ‘The All-new G80’은 디자인부터 동력성능까지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어 상징적 가치가 더욱 빛난다.
▲G90과 GV80, 그리고 G80

디자인의 뿌리는 물론 2018년 11월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G90다. 그러나 G90는 출시 당시 디자인 논란을 겪었다. 웅장하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정제되지 않은 티끌이 남아 있었다. 정립된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시도’의 인상이 강했다.
제네시스 디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갖춰진 건 지난 1월 출시된 ‘GV80’에 와서다. 현대자동차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상엽 전무는 “제네시스 엠블럼에서 제네시스 디자인의 강력한 아이콘을 찾았다”고 말했다. 가운데 방패를 두고 양 옆으로 독수리 날개를 펼치고 있는 엠블럼이 제네시스 디자인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가운데 방패는 제네시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의 원형이 됐고, 양 옆으로 펼쳐진 독수리 날개는 ‘두 줄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제네시스 디자인’으로 정의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두 개의 선은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GV80’에서 기틀을 잡았다. 그 동안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방패 문양’으로 정리가 됐고, 두 개의 선은 헤드와 리어램프, 측면의 방향지시등(사이드 리피터)에서 ‘강력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GV80에 적용된 제네시스 디자인은 그러나 미적인 요소까지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SUV라는 차체가 주는 제약이었다. 하지만 G80는? 멋 부리기 좋은 대형세단이다.
G80 디자인은 이상엽 전무가 말한 ‘제네시스 디자인’의 완결판이다. 그릴 디자인은 마침내 황금 비율을 찾았고, 두 개의 선은 강렬하지만 절제된 존재감을 보였다.
▲골프백 4개를 포기하면서 얻은 것
G80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절제’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너른 캔버스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과욕은 자칫 재앙을 부른다. 숲을 만들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중하는 오판을 할 수 있다.
G80가 얼마나 절제를 했는지는 트렁크를 열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형 세단 구매자들이 집착하는 키워드 ‘골프백 4개’를 과감히 포기했다. 골프백 4개는 ‘우리집 몇 평대’라는 말과 함께 부(富)의 기준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았다. 한 집에, 한 차에 모든 것을 다 몰아넣던 때 얘기다. 요즘 누가 골프장 가면서 한 차에 백 4개를 싣고 가는가? 대형 아파트보다 소형 아파트가 더 인기가 좋은 현실이 이미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어쨌거나 G80는 트렁크의 골프백 4개 용적을 포기하면서 한 붓으로 그린 듯한 유려한 실루엣을 얻었다. 대형 세단이지만 후측면 처리는 쿠페에 가깝다. 공간 손실을 감수하고 미적 완성을 택했다. G80 디자인에서 수려한 기운을 얻었다면 절제의 미덕 덕분이다. 벌써 3세대가 되는 G80는 기존 대비 전폭을 35mm 넓히고 전고를 15mm 낮춰 후륜구동 세단이 갖출 수 있는 가장 세련된 비율과 당당한 모습을 구현했다.
실내는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개인 공간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의 절반을 기준으로 상단부 시계 영역과 하단부 조작 영역을 구분해 시야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시계 영역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12.3인치 클러스터,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장치와 얇은 형태의 송풍구를 배치해 운전자가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조작 영역에는 터치 방식의 공조장치, 회전 조작 방식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 터치 및 필기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를 달아 조작의 직관성을 높였다. 2세대 G80의 장점이었던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은 그대로 계승했다.
▲안정적 파워를 자랑하는 엔진
신형 G80는 가솔린 2.5 터보, 가솔린 3.5 터보, 디젤 2.2 등 3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가솔린 2.5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04마력(PS), 최대토크 43.0kgf·m에 복합연비는 10.8km/ℓ 다. (2WD, 18인치 타이어 기준) 가솔린 3.5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80마력(PS), 최대토크 54.0kgf·m이고 복합연비는 9.2km/ℓ 다. (2WD, 19인치 타이어 기준) 디젤 2.2는 최고출력 210마력(PS), 최대토크 45.0kgf·m, 복합연비 14.6km/ℓ를 보인다. (2WD, 18인치 타이어 기준)
G80의 모든 엔진은 CPA(Centrifugal Pendulum Absorber, 회전식 진동 흡수 장치) 토크 컨버터와 수냉식 인터쿨러를 달았다. CPA 토크 컨버터는 엔진이 회전할 때 발생하는 진동의 반대 진동을 만들어 엔진 회전 진동을 상쇄시킨다. 이를 통해 실내 정숙성을 높이고 연비를 개선한다.

수냉식 인터쿨러는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냉각수를 통해 빠르게 냉각시켜 터보 차저의 응답성을 높여준다. 향상된 가속감과 함께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역동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솔린 엔진에는 신기술도 탑재됐다. 주행 조건에 따라 최적의 방식으로 연료를 분사할 수 있는 듀얼 퓨얼 인젝션 시스템이다. 진동과 소음이 적은 다중 분사(MPi, Multi Point Injection)방식과 배기량 대비 높은 마력과 토크를 낼 수 있는 가솔린 직분사(GDi, Gasoline Direct Injection) 방식을 상황에 맞게 사용해 정숙한 주행과 역동적인 주행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가솔린 2.5 터보 엔진에는 냉각수 흐름 및 온도를 제어하는 ‘가변 분리 냉각 시스템’을, 가솔린 3.5 터보 엔진에는 시동 직후 빠르게 예열해주고 상황별로 엔진 냉각 성능을 최적화하는 ‘통합 열관리 시스템’과 실린더 정중앙 부위에서 연료를 분사해 연소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연비를 개선하는 ‘센터 인젝션’을 배치해 엔진의 품질을 높였다.
디젤 2.2 엔진은 알루미늄 소재 블록을 적용해 기존 대비 약 20kg 가벼워졌으며 베어링 부분의 마찰을 줄이는 ‘볼 베어링 터보차저’를 달아 응답성이 향상됐다.
▲제네시스라서…후륜 기반의 플랫폼
제네시스가 현대자동차와 선을 긋고 있는 대표적인 한 가지는 후륜구동 기반의 플랫폼이다. 신형 G80도 제네시스 3세대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차체를 낮춰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는 설계를 통해 더 넓은 승객 거주 공간을 확보하고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차체의 약 19%에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적용, 공차중량을 기존 대비 125kg 줄여 연비와 동력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2세대 G80 3.3 가솔린 2WD 모델의 공차중량이 1,910kg(18인치 타이어 기준)이었지만 3세대 G80 2.5 터보 2WD 모델은 1,785kg(18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다이어트 했다.
동시에 핫스탬핑 공법으로 만든 초고강도 강판을 42% 확대 적용하고 평균 인장강도를 6% 높여 안전한 승객실을 확보했으며 앞 유리(윈드실드)와 모든 문에는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하고 문 접합 부(도어 실링) 구조를 개선해 풍절음을 줄였다.
▲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정교해진 반자율주행
미래자동차를 향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G80에 실린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한층 정교해진 게 확인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운전 스타일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프리액티브 세이프티 시트,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같은 이름의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이 촘촘히 들어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HDA II)는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스위치 조작 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차로 변경을 보조하거나 20km/h 이하의 정체 상황에서도 근거리로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편리한 주행을 돕는다. 이 기능은 GV80에도 있었지만 G80에서는 구현이 훨씬 쉬워졌다. 방향지시 레버만 움직이면 차가 주변환경을 판단해 스스로 차로를 변경한다. 다만 안전한 차로변경이 가능한 주행환경이 갖춰졌을 때만 이 기능이 작동한다.

제네시스가 G80에 적용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 스타일 연동 기능’을 지원해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차가 스스로 학습,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과 흡사하게 주행을 보조한다.
아울러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내비게이션으로부터 진출입로, 곡선로 등 안전 구간의 정보를 받아 해당 구간 통과 시 차량을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지원한다.
지능형 전조등(Intelligent Front-lighting System)은 상향등을 켜고 주행 시 선행 차량 및 대향 차량이 나타나면 전방 카메라를 통해 차량을 인지하고 차량이 있는 영역만 선별적으로 상향등을 소등해 G80 운전자의 전방 시인성을 확보하면서도 상대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해준다.
또한 제네시스는 G80에 국내 최초로 프리액티브 세이프티 시트(PSS, Pre-active Safety Seat)를 적용했다. 프리액티브 세이프티 시트는 전방 충돌 또는 급제동/선회 예상 시 동승석 승객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등받이를 앞으로 당겨 안전한 자세로 조정해준다.

G80에 적용된 차세대 센서 융합 기술은 전방, 전측방, 후측방 레이더가 함께 작동해 맞은편이나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과 후방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들로 인한 위험 상황을 미리 감지, 필요한 경우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막아준다.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된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 Multi-Collision Brake)은 주행 중 충돌 사고로 운전자가 일시적으로 차량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차량을 제동해 2차 사고를 방지한다.
가솔린 모델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노면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서스펜션을 미리 제어함으로써 차량의 상하 움직임 및 충격을 줄이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갖추고 있다.
엔진 유형별 기본가격은 가솔린 2.5 터보 5,247만 원, 3.5 터보 5,907만 원, 디젤 2.2 5,497만 원이다. 추가 옵션을 선택하면 8,000만원 초반대까지 올라간다. /100c@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