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일리 나흘 간격 루틴 실패...희생인가 고집인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5.21 13: 02

통산 44승의 전직 메이저리거의 품격을 보여주는 희생인가, 아니면 개인의 루틴에 대한 고집이 낳은 이기주의인가.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는 지난 20일 광주 KIA전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팀의 0-6 패배를 막지 못했다.
현재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로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스트레일리다. 첫 2경기에서의 성적은 괜찮았다. 개막전이었던 5일 수원 KT전 5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했다.

롯데 스트레일리 /cej@osen.co.kr

당시 개막전 등판을 앞두고 허리 통증으로 약 2주 간의 실전 등판 공백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데뷔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10일 사직 SK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무4사구 1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건재를 알렸다. 메이저리거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개막전 등판 이후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해왔던 4일 휴식의 루틴을 한국에서도 이어갔다. 
그러나 이때부터가 불안함의 전조였다. 이후 등판에서도 스트레일리는 연달아 4일 휴식 후 등판을 감행했지만 결과는 모두 신통치 않았다.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4⅓이닝 7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다시 한 번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KIA전에서는 대량 실점을 했다. 
월요일이 고정 휴식일인 KBO리그에서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이 가동된다는 전제 하에, 4일 휴식 후 등판(화요일-일요일)을 가지는 경우는 한 달에 한 두 번 남짓이다. 자신의 운동 방식과 루틴에 관해서는 확고한 스트레일리의 성향을 코칭스태프는 인정하고 존중하며 연속적인 4일 휴식 후 등판 기회를 줬다.
스트레일리의 이런 루틴이 희생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아드리안 샘슨이 부친상 관계로 미국을 다녀왔기에 개막 이후 2주 간 자가 격리 조치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를 대체 선발로 채워야 했다. 대체 선발이 들어서야 하는 횟수를 자신이 좀 더 책임지려는 희생의 자세였다는 것.
하지만 모든 것은 결과로 말을 해준다. 스트레일리의 3경기 연속 4일 휴식 후 등판은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었고 팀의 하락세에 중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일 휴식 등판이 루틴이라고 할 지라도 개막 초반부터 연이은 등판으로 첫 2경기와 같은 구위를 선보이지 못했다. 
지난 한화전과 이날 KIA전에서 모두 이전보다 패스트볼의 구위, 변화구의 제구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카운트 싸움이 불리해졌고, 개막 첫 2경기에서 위력적이었던 패스트볼은 타자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해 커트를 당하거나 정타를 얻어맞았다.
아울러 팀의 다른 선발진의 루틴은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루틴 고집이다. 박세웅, 노경은, 서준원 등 다른 투수들은 스트레일리의 루틴에 맞춰 등판 일정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다른 선발진의 스트레일리의 루틴으로 인해 팀의 선발 등판 일정도 꼬여버린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스트레일리가 계속 4일 턴으로 간다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본인이 편한 루틴을 존중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체력 문제가 있다면 체력 안배를 생각해서 운영을 할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스트레일리의 4일 휴식 루틴을 존중했던 코칭스태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팀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외국인 선수 하나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리더십의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스트레일리의 4일 휴식 루틴이 팀을 위한 희생이었는지, 아니면 전직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이 낳은 고집과 이기주의였는지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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