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시원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훈(24・KT)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팀 간 2차전에서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기다렸던 김성훈의 1군 데뷔 무대였다. 경동고-원광대를 졸업한 김성훈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KT가 손을 내밀었고, 2019년 육성 선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경험을 쌓은 김성훈은 대만 가오슝에서 진행한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린 그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최고 투수는 박세진이 꼽혔지만, 김성훈의 성장세 역시 올 시즌 KT가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지난 16일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된 김성훈은 20일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8-1로 이기고 있던 9회초 경기를 끝내는 것이 첫 임무였다.
전날(19일) 홈런을 날리며 기세를 올린 이해창을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김성훈은 두 번째 타자인 김회성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이내 장운호를 삼진 처리한 뒤 김현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팀 승리를 지켰다.
총 투구수는 17개. 직구와 커터를 섞어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4km가 나왔다. 실점없이 데뷔전을 마친 김성훈은 승리가 확정되자 마운드로 걸어 올라오는 포수 장성우를 향해 꾸벅 90도 인사를 했다.
정식선수로 1군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제 단추 하나를 제대로 꿴 것 같다"라고 웃어보이며 "경기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중간에 들었는데, 많이 긴장됐다. 너무 떨면 안 될 것 같아서 차분하게 가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1사 후 첫 볼넷을 내준 순간은 다시 한 번 정신을 붙들어 매게 된 장면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수 차도 있는 만큼, 내보낸 주자에게는 점수를 주자고 한 마음으로 더 공격적으로 던졌다. 다음 타자에게 더 강하게 던지다보니 삼진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를 마치고 장성우에게 인사를 한 이유에 대해 김성훈은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다. 미트만 보고 공을 던지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며 "데뷔전을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육성 선수의 신분이었지만, 잘 준비했던 1년은 데뷔전 호투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마무리캠프에서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절실하게 임한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2군에 있으면 타자와 싸우는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는 '숫자'보다는 '태도'에 초점을 뒀다. 김성훈은 "항상 스트라이크를 넣고 시작하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넣으면서 맞을 수 있게,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등판을 가장 기뻐할 사람으로 "부모님"을 들며 "이제 걱정 안 끼쳐드리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