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부천의 5228일, 그래서 더 기다려지는 7월의 제주 [오!쎈 부천]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20.05.27 04: 39

5228일을 기다렸던 부천FC1995에 90분은 너무나 짧았다. 오는 7월 1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두 번째 ‘연고이전 더비’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부천은 지난 26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 홈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 1분 주민규에게 뼈아픈 헤딩 결승골을 내주며 제주에 0-1로 분패했다.
부천은 제주를 만나기 위해 14년 3개월여를 기다렸다. 2006년 2월 2일은 부천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SK프로축구단은 부천을 떠나 제주로 연고지를 옮겼다. 졸지에 팀을 잃은 부천 팬들은 2007년 시민구단을 창단하며 새로운 꿈을 꿨다. 2013년 K리그2에 입성했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부천은 14년 넘게 단 한 번도 공식전서 제주를 만나지 못했다. 제주가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되면서 부천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매치가 마침내 성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리그 개막이 두 달 넘게 미뤄진 끝에 그토록 고대하던 제주와 마주했다. 연고지 이전의 아픔을 겪은 뒤 5228일 만의 일이었다.
부천은 역사적인 경기에 많은 준비를 했다. 매치 포스터로 ‘절대 잊지 않을 그날'과 '2006년 2월 2일'을 앞세웠다.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 출신인 박찬하 해설위원을 섭외해 인터넷에 ‘부천애중계’ 편파 실시간 중계를 했다. 헤르메스도 전의를 불태웠다. ‘5228일 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 등 의미를 새긴 현수막을 관중석에 내걸었다. 사전에 응원구호도 녹음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었다.
부천의 꿈은 90분까지 지속됐지만 남은 1분을 버티지 못했다. 전반 주도권을 잡고도 득점에 실패한 부천은 추가시간 종료 2분을 남기고 주민규에게 통한의 헤더골을 허용했다. 5228일의 기다림은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이제 시작이다. 
유공코끼리(부천SK 전신) 선수 출신인 송선호 부천 감독은 “제주전이 2경기 더 남았다. 다시 한 번 잘 추슬러서 남은 2경기는 이기겠다"며 "14년여 만의 경기인데 0-1로 져서 팬들에게 미안하다. 다음 경기는 승리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천은 오는 7월 12일 제주 원정길에 올라 복수혈전에 나선다. 부천과 제주의 특별한 연고지 이전 스토리는 K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도 손색이 없다. 송선호 감독은 "축구 흥행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라이벌전을 만들고 싶다. 축구가 많이 발전해서 관심이 커지면 팬들에게 고마울 것 같다”며 새로운 더비의 탄생을 기대했다.
부천SK 선수로 활약했던 남기일 제주 감독도 “부천도 우리도 잘되는 경쟁 상대이자, 앞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서로 간에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리그도 발전하기에 이런 이야깃거리가 많았으면 한다. 오늘처럼 좋은 경기를 하다 보면 (부천과 제주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뜨거운 더비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천과 리턴매치를 고대했다./dolyng@osen.co.kr
[사진] 부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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