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하리수, 유년시절 父와 불화 고백..고교 스승과 눈물의 재회 [종합]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20.05.29 20: 31

가수 하리수가 20여년 만에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과 재회했다.
29일 오후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하리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하리수는 자신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자존감을 키워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주임, 전창익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하리수는 지난 2001년 데뷔해 국내 1호 트렌스젠더 연예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전국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리수는 "어렸을 때 남자는 당연히 남자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는 저 스스로가 남자니 여자니에 대한 혼란을 갖지는 않았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쟤는 '여자같아. 예쁘다' 라는 말이 자연스러웠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부터는 사춘기고 더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지금의 하리수가 될 수 있게 제 자존감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 주임으로, 일본어를 담당하셨던 전창익 선생님을 찾고 싶다던 그는 "학생 주임선생님이니까 용모 체크하고 소지품 검사를 하시지 않나. 저는 가방에 항상 화장품이 있고 손톱도 길었고 머리가 제일 길었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 주셨다. 저를 놀리거나 창피를 주신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서 저를 보호해주시고 저를 저로 인정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 때 선생님께서 제가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아셨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하리수는 어린 시절에 대해 묻자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웠다. 소꿉놀이를 해도 엄마 역할은 저고 병원놀이를 하면 간호사고 그랬다. 형제는 큰언니, 오빠, 작은언니, 저, 동생 5남매였다. 큰언니와 오빠는 저화 열살 터울이어서 따로 살았고 저와 작은 언니가 같이 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은 언니는 공부만 하고 책만 보는 스타일이었다. 전국 1등으로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러니까 아빠는 작은 언니를 제일 예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계집애 같다고 안 좋아하셨다. 아빠가 그래서 항상 집에 손님만 오면 낳지 말라니까 낳아서 저 따위라고 제가 듣는데 앞에서 저한테 매일 그러셨다. 아빠랑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는데 중학교 다니면서부터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예전에 살던 집을 20년 만에 방문한 하리수는 "아무래도 과거 일이 생각이 많이 난다. 저는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항상 아빠는 살가운 분이 아니셨다. 밖에 나가시면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분이다. 그런데 집에서는 굉장히 엄하셨다. 특히 제가 어릴 때부터 여성스럽고 하니까 기대에 못 미치셨나보다. 많이 섭섭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아빠한테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소풍간다고 용돈 달라고 얘기했다가 가죽허리띠로 맞기도 하고 옷을 홀딱 벗겨서 내쫓기도 하셨는데 했는데 기억을 못하시더라. 성전환 수술 사실도 아빠한테 알리지 않았다. 95년도에 수술했는데 5년 만에 아신 거다. 그리고 나서도 그 이후에 아빠와 대화가 없었다. 하리수로 활동하고 2011년에 '인간극장'에 출연했는데 얼굴 나오기 싫다고 모자이크로 나오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랑 마음이 벽이 생겨서 자꾸 멀어질 때 어느 순간 아빠의 뒷모습을 봤는데 그렇게 무서웠던 사람이 힘이 없고 키도 작고 너무 작아보이더라. 어느 순간 그냥 용서하게 되더라. 더 이상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되더라. 아빠한테 저는 천덕꾸러기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모시고 살고 용돈도 드리고 어디 갈 때도 같이 모시고 가고 20년 째 모시고 살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리수는 학교 근처 공원에 도착해 전창익 선생님을 불렀고 현장에 나온 선생님과 20여 년 만에 재회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하리수는 "학교 축제 가서도 선생님 안부 여쭙고 그랬다. 전근 가셨다고 해서 서운했다"며 눈물을 보였고, 전창익 선생님은 "나를 찾을 줄을 몰랐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자랑스럽다"고 따뜻하게 말했다. /mk3244@osen.co.kr
[사진]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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