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훌륭하셨던 분이다.”
아드리안 샘슨(롯데)는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팀 간 4차전에 선발로 나와 3⅓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롯데가 20경기를 치렀을 때야 샘슨은 KBO리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올해 초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가운데 5월 초 결국 세상을 떠났다. 샘슨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잠시 한국을 떠나 있었고, 다시 돌아온 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쳐야만 했다.
마운드에 오른 샘슨의 모자 안쪽에는 아버지(DAD)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첫 등판이라 투구수 제한이 있어서 승리 투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샘슨은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가 적었는데, 커맨드나 제구 이런 것이 원하는대로 잘 됐다. 점검 차원에서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원하면 아버지와 함께 있도록 해주겠다고 배려를 했다. 그러나 샘슨은 스프링캠프를 선수들과 함께 치렀다. 이후 아버지의 임종 뒤에도 롯데는 마음을 추스리고 올 수 있도록 넉넉한 기한을 주겠다고 했지만, 샘슨은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샘슨은 “미국에 더 있을 수 있었지만, 2주 간의 자가 격리도 해야하고, 미국에 더 있다보면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또 미국에 있으면 슬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니 야구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가족과 아버지 모두 그걸 원하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샘슨에게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을까. 샘슨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 오히려 이야기하면서 푸는 것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샘슨은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다. 성실하고, 불평불만이 없으셨다”고 운을 떼며 “야구를 정말 사랑하셨다. 내 경기를 보러오기도 하셨고, 아버지와 야구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야구가 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줬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은 가운데 샘슨은 KBO리그 첫 해 성공을 다짐했다. 샘슨은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100%의 몸 상태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항상 이길 수는 없다. 다만, 위닝 시리즈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면 팀도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아울러 추후 투구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결정에 따르겠지만, 일단 다음 등판에서는 1이닝씩 20개 정도는 가능하다. 그리고 그 다음 에서는 정상적인 투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