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4)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키움 선수 중 가장 먼저 타격 훈련에 나섰다. 오후 4시20분께 홈팀 한화의 마지막 훈련조가 배팅을 치고 있을 때 원정팀 키움 선수들은 외야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지만, 박병호는 홀로 강병식 타격코치와 함께 백네트 쪽에서 토스 배팅을 했다.
맨 먼저 훈련에 임한 박병호는 1회 첫 타석부터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안타 3타점으로 6월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3일 한화전을 앞두고도 일찍 훈련을 시작했고, 1회 선제 적시타로 기세를 이어갔다.
박병호는 “5월 한 달간 너무 못했다.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6월 시작은 좋은 것 같다. 어떻게든 반등해 중심타자 역할을 해야 한다.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살아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타격 밸런스가 안 좋았다. 전체적으로 깨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5월 개막 한 달 24경기에서 박병호는 타율 2할1푼2리 16안타 5홈런 12타점 OPS .746을 기록했다. 홈런 생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리그 최다 33개의 삼진을 당하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5월 마지막 2경기에 8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죽을 쒔다.
박병호는 “월요일에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일찍 나가서 연습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좋아지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 오늘(3일)도 어제와 같은 느낌으로 했다”며 당분간 맨 먼저 훈련 방식을 이어갈 의중을 나타냈다.
키움 손혁 감독은 “박병호는 박병호”라며 5월 침체에도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박병호는 “감독님에겐 감사하고 죄송하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며 “나와 (김)하성이가 안 맞아 5월에 팀도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다른 타자들이 잘 쳐주는 만큼 나도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6월 시작부터 팀도 2연승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키움은 지난 주말부터 홈런을 치고 온 타자들이 덕아웃에 들어와 손 감독의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 감독이 “그동안 조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들을 했다. 감독이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두 손으로 가슴 좀 때려달라”며 타격코치를 통해 선수들에게 부탁해서 이뤄졌다.
박동원, 김하성, 김혜성, 김웅빈 등 지난 주말부터 홈런을 터뜨린 키움 타자들은 모두 손 감독의 가슴을 쳤다. 손 감독도 기다렸다는 듯 가슴을 내밀고 맞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박병호만은 달랐다. 지난 2일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손 감독의 가슴을 치지 않고 지나쳤다.

“기분이 좋으면 너무 세게 때릴 수 있다. 감독님이 쓰러지시면 안 된다. 감독님을 위해 가슴을 안 친 것이다”며 농담을 던진 박병호는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밝게, 재미있게 야구하길 바라는 뜻에서 그렇게 요청하신 것 같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 나도 다음부터는 동참하도록 하겠다”며 가슴팍 세리머니를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