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나타났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어디서 이런 선수가 이제야 왔나 싶을 정도. 8년차 좌완 김정빈이 SK의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순고를 졸업한 뒤 2013년 SK에 입단한 김정빈은 지난해까지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2017년 1군 마운드에 두 차례 올라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9.00을 기록한 게 전부. 올해 들어 SK 마운드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했다. 14경기에 등판해 4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0.00.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할9푼4리,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6푼7리에 불과하다.
올 시즌 추격조로 출발했으나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을 만큼 비중이 커졌다. 상무 입대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체격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자신 있게 던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

염경엽 감독은 6일 삼성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정빈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최상덕 투수 코치와 함께 루틴과 메커니즘을 수정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시즌 개막 후 점수 차가 큰 상황부터 한 단계씩 나아가며 예상보다 빨리 필승조의 일원이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염경엽 감독은 또 “김정빈은 팔 스윙이 좋고 디셉션이 뛰어나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무브먼트도 좋다”고 덧붙였다.
김정빈은 이날 경기에서도 1이닝을 깔끔하게 지우며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6-2로 앞선 7회 선발 박종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응민을 2루 땅볼로 유도한 데 이어 박승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상수를 3구 삼진으로 잠재웠다.
염경엽 감독은 계투진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동민, 고종욱, 이재원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에서 회복한 뒤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계투진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김정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 잘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저 기회를 주면 최선을 다해서 던지자는 각오였다. 1경기 1경기 쌓이다 보니 여유가 생기고 자신도 생긴다. 수치상 목표는 없다. 나갈 때마다 잘하고 싶다”. 김정빈의 말이다. SK 팬이라면 김정빈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