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송승준 선배님의 조언들이 가장 생각난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5)은 지난 7일 사직 KT전에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5전 6기’ 만에,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달성했다. 박세웅도 팀도 모두가 기다렸던 승리이기에 의미는 뜻깊었다.
박세웅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스스로 첫 승에 쫓겼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다. 그는 “첫 등판에서 승리를 했으면 편한 마음으로 투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인데, 다섯 번째 등판까지 승이 없었고 제가 던진 경기에 승리를 한 번 밖에 못해서 많이 쫓기는 기분도 없지 않아 있었고 조바심이 났었다”고 전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6/08/202006080314776155_5edd31add0a33.jpg)
개막을 앞두고 박세웅의 페이스를 보며 기대가 커졌기에 개막 이후 부진으로 인해 자신에게 되돌아 온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는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의 결과가 너무 좋았다. 구위, 제구 모두 워낙 좋았다. 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결과가 빨리 안나오니까 더 쫓겼던 것 같다. 왜 연습경기 때 됐던 것이 잘 안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주위의 조언과 위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향한 비판보다는 좋은 말들만 생각했다. 그는 “주위의 다른 말들보다는 나 자신에게 쫓기는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 동료들 모두 늘 제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도록 좋은 말만 해주신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은 단연 팀내 최고참 송승준(40)의 조언이다. 박세웅은 “송승준 선배님께서 ‘쫓기면 쫓길수록 너 자신을 옭아매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선배님 경험담도 얘기를 해주셨다. 선배님께서 ‘나도 시즌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승리하고 이후 연승 할 때도 있었다. 너무 쫓기면 불안해서 못 던진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마라’고 얘기해주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세웅의 이날 KT전 등판을 앞두고도 송승준은 박세웅을 향한 다독임을 멈추지 않았다. 박세웅은 “선배님께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안 좋았던 것 생각하지 말고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던지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좋았던 기억만 생각하고 던져라’는 내용이었다”고 송승준이 건넨 조언의 일부를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송승준은 현재 1군에 있지만 팀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지는 않다. 롱릴리프의 역할 정도다. 하지만 덕아웃에서 젊은 투수들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언제나 팀 내 영건들이 성장해주길 바라며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는 송승준이다. 박세웅을 비롯해 김원중, 구승민, 박진형 등도 취재진을 만나면 언제나 송승준의 이름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롯데에서 통산 107승을 거두며 윤학길(117승)에 이어 구단 프랜차이즈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는 송승준은 올해 현역 연장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스스로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했고 구단도 5000만원의 연봉을 안겨줬다. 그가 그동안 받았던 연봉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그럼에도 송승준은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후회 없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송승준 본인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구단은 송승준이 영건들의 ‘멘토’와 ‘리더’ 역할을 기대했다. 그리고 송승준은 5000만원이라는 연봉에 담기지 않는 진심을 영건들에게 전하고 있다.
송승준은 스프링캠프 당시 계약 일화를 전하며 “구단에서 1년 더 야구 하라고 했을 때는 10승이나 15승 하라는 의미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후배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투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도움을 줘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구단에서도 말씀을 하시더라”면서 구단이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롯빠아재’ 송승준의 진심이 첫 승을 거두지 못해 힘들어 하던 박세웅에게 닿았고 고대하던 승리를 거두며 부담감을 덜어내게 만들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