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전 감독이 개막 30경기 만에 팀을 떠났다. 한화는 여전히 114경기가 남아있다. 새롭게 한화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 감독대행은 잔여 114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중간에 새 감독을 선임하지 않는다면 KBO리그 역대 최장기 감독대행이다.
한화는 8일 퓨처스 팀을 이끌던 최원호 감독을 1군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 7일 대전 NC전을 마친 뒤 자진 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나자 2군을 이끌던 최원호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이 주어졌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에 이어 선수단도 확 바꿨다. 8일 한화 1군 엔트리에선 한용덕 감독과 코치 6명, 선수 10명으로 총 17명이 말소됐다.
선발 장시환, 불펜 안영명, 중심타자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 등 고참 선수들 위주로 무려 10명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최근 14연패로 10위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2군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올리며 물갈이했다. 본격적인 ‘리빌딩’ 버튼을 누른 듯한 행보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은 “선수들 전체가 슬럼프에 있다. 극심한 슬럼프가 지속되다 보면 심적으로 많이 지친다. 코치진만 바꾸는 것보다 선수단도 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어 이렇게 했다. 2군에 간 선수들은 우선적으로 회복이 필요하다”며 고참 선수들에게 재충전 시간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배 수석 겸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와 논의 끝에 결정을 내렸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현재 가장 최선인 방향에 맞춰 진행했다. (지난해 말) 팀에 올 때는 퓨처스 감독으로 젊은 선수 육성에 맞춰 준비했다. 2군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새롭게 선보일 것이다. 선수 순환이 잘 되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 전면 리빌딩을 선언하거나 시즌 성적을 포기하는 분위기를 풍기기에는 경기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 최원호 감독대행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프로라면 성적을 포기해선 안 된다. 단 1%라도, 0%가 될 때까지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일단 연패부터 끊어야 한다. 빠른 시간 안에 팀이 정상화 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돼야 리빌딩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선수들에겐 ‘프로다운 자세’를 주문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프로야구 선수인 만큼 프로야구 선수다운 경기를 해야 한다.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은 투수들의 경우 사사구가 많은 것, 수비에서 백업이나 커버 플레이가 미숙한 것, 주루에서의 본헤드 플레이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플레이들은 정말 프로답지 않다. 줄여야 하는 부분이다”며 힘든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지휘한 감독대행은 1995년 쌍방울 김우열 감독대행이다. 102경기를 치르며 36승63패3무(.368)를 기록했다. 이어 101경기를 이끈 2017년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43승56패2무(.434)의 성적을 냈다. 쌍방울은 8위(최하위), 한화는 9위로 시즌을 마쳤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 못했다. 이들보다 더 많은 경기를 이끌 최원호 감독대행은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