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심과 승부는 별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가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면서 맞붙게 된다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승환 선배는 내가 어릴 적부터 이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오신 분께서 상대해 보고 싶은 타자로 내 이름을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정후는 이어 "신인 시절부터 상대 투수의 이름을 보고 타석에 서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승환 선배와 상대하는 건 영광이지만 직접 상대할 때는 오승환 선배를 의식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장타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 2018년과 2019년 6홈런을 터뜨린 게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 올해는 다르다. 이날 경기 전까지 30경기 5홈런을 기록하는 등 또 다른 재능을 발휘 중이다.
이에 이정후는 "공인구가 바뀐 지 안 바뀐 지 모르겠지만 내가 올해 시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인구의 반발력 조정 여부와 상관없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치면서 빠른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겨우내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근육량이 늘어난 게 장타 생산 능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해 몸무게가 82~83kg이었는데 현재 85kg이다. 홈런을 많이 치겠다고 몸무게를 늘린 게 아니라 비시즌 중 열심히 훈련하다 보니 체중과 근육량 모두 증가했다. 그 덕분에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게 라인 드라이브 타구 속도인데 지난해보다 10km 증가했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렇다고 발사 각도를 의식하는 건 아니다.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처럼 힘 좋은 선수도 아니고 발사 각도에 신경쓰다 보면 뜬공 아웃만 늘어난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빠르게 날아가 큰 타구가 되어야 홈런이 나오는 스타일인데 최대한 강하게 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군 통산 510도루를 달성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의 2세답게 빠른 발이 강점.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2도루에 불과하다.
이정후는 "도루 시도를 해야 하는데 박병호 선배가 타석에 계실 때는 자제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4번 타자가 타석에 있는데 내가 도루를 하다가 아웃되면 팀과 개인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또 "나도 주자 1루 상황과 갑자기 주자가 사라졌을 때하고 집중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