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테면 쳐봐" 103km 무회전 너클볼, 노경은의 자신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6.11 05: 45

너클볼까지 장착한 노경은(36·롯데)이 팔색조 투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노경은은 10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롯데의 12-2 대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7이닝, 103개 공을 던지며 2승(2패)째를 거뒀다. 
이날 노경은은 무려 7가지 구종의 공을 뿌렸다. 포심(25개) 싱커(6개) 등 패스트볼에 슬라이더(29개) 커브(25개) 체인지업(14개) 포크볼(1개) 그리고 너클볼(3개)까지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며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최고 구속은 144km로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느려졌지만, 7가지 구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과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롯데 선발 노경은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특히 지난겨울 터득한 무회전 너클볼이 눈길을 끌었다. 노경은은 2년 전 롯데 퓨처스 투수코치였던 ‘너클볼러’ 크리스 옥스프링과 캐치볼을 하며 이 공에 흥미를 가졌다. 옥스프링이 팀을 떠난 뒤에도 독학으로 연습했고, 지난겨울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실전 경기에서도 구사하며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올해 롯데로 돌아온 뒤 KBO리그에서도 너클볼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한화전에서 노경은은 총 3개의 너클볼을 요소요소에 섞어 던졌다. 1회 정은원에 상대 5구째 103km 너클볼로 타이밍을 빼앗아 좌익수 뜬공 아웃을 유도했다. 
롯데 투수 노경은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
2회에는 제라드 호잉에게 초구부터 103km 너클볼을 던졌다. 몸쪽 낮게 회전 없이 뚝 떨어진 볼. 3회에는 과감하게 결정구로 썼다. 정은원에게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107km 너클볼을 뿌렸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으로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너클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보여줬다. 단 3개의 공이었지만 타자들에게 너클볼 투수로 각인을 시켰다. 포수 김준태도 타격이 된 공 하나를 빼면 나머지 2개의 너클볼 궤적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캐치했다. 포수가 놓치지 않는다면 노경은의 너클볼이 앞으로도 종종 유용한 공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됐다. 
노경은은 “너클볼이 결정구까진 아니지만 타자들에게 구종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상대가 너클볼 타이밍을 알아도 ‘칠 테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경은은 “최근 성적이 퐁당퐁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일정에 변동이 생기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지만 5경기를 치르면서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렸다”며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불펜투수들을 쉬게 해주고 싶어 6회에도 7회까지 던질 것이란 마음으로 투구했다. 체력적으로는 자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시즌 첫 7이닝 투구로 불펜까지 아껴준 노경은이 롯데에 은총을 내린 하루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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